“네!”하고 우렁차게 말하기엔 주저했다. 이직하고, 적응하는 기간 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애쓰면서 일하다보니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을 써서인지 기운이 없었다.
오죽하면 집에 와서 꾸역꾸역 매일 해내던 집안 일도 손 놓고, 이틀에 한 번 했다.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그저 주저했을 뿐. 적당히 행복하다.
나날이 채워지는 업무를 하나씩 해치울 때, 동료 직원과 맛있는 점심을 먹을 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실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아침, 저녁으로 지옥철을 타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데 현관 문을 열자마자 귀를 쫑긋 세우고, 엉덩이를 흔드는 몽실이가 보일 때, 살포시 안아 체온을 나눌 때, 뒤이어 배우자가 들어오고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할만큼 행복하다.
소중한 주말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채울 때,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마음을 주고 받을 때. 한 주를 버틸 힘을 얻는다.
천천히 곱씹어보면 일상에 행복이 묻어 있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놓친 게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