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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구 Oct 21. 2024

[저서] 클래식 듣는 맛

펴낸 곳 | 믹스커피

펴낸 곳 | 문예춘추사

프롤로그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이 아름다운 음악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기뻐해라.”

독일인 할아버지, 저의 첫 플루트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입니다. 저는 음악을 전공한 이후 마음이 힘들고 고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고 되새겼습니다.


클래식은 누군가에게는 한눈에 반한 첫사랑처럼 애틋한 음악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친해지기 어렵고 까다로운 친구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후자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클래식 애호가인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클래식은 항상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매일 몇 시간씩 악보를 보며 연습했습니다. 전공생은 아무래도 연주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곡 위주로 배우는데, 그러한 곡은 결코 친해지기 쉬운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끈기 있게 듣기에는 너무 길고 복잡했죠. 다른 전공생 친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음악대학에서도 순수하게 클래식 자체를 좋아하는 친구는 많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악기를 다루는지는 배웠지만 어떻게 클래식과 친해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전공생이었던 제게 클래식은 가치있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닌,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넘어야 할 높디높은 도달점과 같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클래식과 가까워졌습니다. 제 세대는 초등학생 때부터 오디오, 카세트플레이어, C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아이팟까지 두루 경험했는데요. 플레이리스트에는 국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나 해외 팝송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다가 음악 전공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클래식 몇 곡을 추가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임스 골웨이, 에마뉘엘 파위와 같은 세계적인 플루티스트의 연주곡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고는 유명 현악기 연주자나 피아니스트의 연주곡이 조금씩 담기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교향곡으로 용량을 꽉꽉 메워갔습니다.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아주 느리고 긴 여정이었고, 음악을 전공한 이후에도 “클래식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기까지 족히 5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 상황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 것은 공연을 많이 접하면서부터입니다. 독일로 유학을 간 뒤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공연부터 여러 오페라, 실내악 등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 2가지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감상하는 시간과 빈도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독일에서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서 그들의 음악적지식 외에도 클래식 자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각자가 훌륭한 연주자인 동시에 클래식 없이는 못 사는 클래식 애호가였죠. 때때로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 들러 클래식 LP음반을 고르며 행복해하고, 한 달에 두어 번은 깔끔하게 차려입고 공연장을 찾곤 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클래식을 곁에 두고 평생을 함께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에게 받은 영향과 더불어 오랜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에서 여러 공연과 음악을 접하다 보니 저 역시 점차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클래식은 알면 알수록 저에게 더 커다란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더 많은 기쁨을 주었습니다.


음악은 누군가의 마음입니다. 음악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맞닿는기적을 여러분도 경험하길 바라며 이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 제가클래식과 가까워지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듯이 여러분 일상에 클래식이 새로운 기쁨과 행복,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400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유일한 음악 장르인 클래식. 클래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만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그 내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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