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만남 8-9월호
-애플뮤직클래시컬과 패스트클래식
올해 초, 클래식 음악 팬들이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클래식 음악 전용 스트리밍 플랫폼인 애플뮤직클래시컬이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성진, 임윤찬과 같은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와의 협업은 물론 예술의 전당, 롯데 콘서트홀, 통영 국제음악제와 같은 단체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포티파이나 유튜브에서 음원을 접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 전용 스트리밍 앱인 이다지오(IDAGIO)의 유저들도 귀가 쫑긋했다. 나 또한 당장 가입 후 사용해 보았다. 처음이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충분히 놀라웠고 편했다. 작곡가, 연주자, 곡목이 알아보기 쉽게 쓰여있었고, 뭘 들을지 헤매기 전에 뭘 들어야 할지 추천해 주었다. 특히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한글 검색이었다. 아주 마이너한 음반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두 번의 검색으로 내가 원하는 결과물에 닿았다. ‘내가 원하는 음악이나 음반을 찾는데 몇 초가 걸릴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자체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나의 경우 음악을 듣기까지 15~25초 정도가 걸렸다. 이건 맥도널드의 햄버거를 손에 쥐는 속도보다도 빠르다. 그야말로 ‘패스트클래식’이다. ‘패스트클래식’은 비단 음원 스트리밍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유튜브, 디지털콘서트홀, 스테이지+에서는 고화질의 영상마저 금방 찾을 수 있다.
-현장에서 울리는 음악의 가치
이쯤 되면 하나 의문이 든다. 꼭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들어야 할까?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돈과 시간을 넉넉히 써야 하고, 자리도 불편하고, 일시정지와 빨리 감기도 안되며, 일부 연주자들의 컨디션 난조나 실수도 피하기 어렵다. 이럴 거면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음악을 듣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질문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클래식 음악은 현장에 있다. 기술의 발전이 현장에서 울리는 음악의 가치까지 넘보지는 못한다. 아무리 비싼 오디오나 헤드폰도 현장에서 울리는 소리를 대체할 순 없다. 아직까지는. 무엇이 더 낫다 라기 보다 영역 자체가 다르다. 과학적 근거를 차치하고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나의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다. 올해만 해도 여러 번 나는 공연장 안에서 최고의 행복을 누렸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애플뮤직클래시컬에 할애했음에도 말이다. 클래식 음악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현장에서 울리기 위해 작곡되었다. 공연장 안에서의 시각, 청각, 감정 경험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연장에서 한 번이라도 감동을 받아본 사람은 모두 안다. 작곡가, 연주자, 애호가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행복감을.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전성기
어찌 되었든 음악 듣기가 참 편해졌다.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전성기다. 내가 듣는 것도 연주하는 것도 참 좋아하는 곡 중에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라는 곡이 있다. 올해부터는 ‘들어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 바로 애플뮤직클래시컬이 떠올랐다. ‘슈만’과 ‘시인의 사랑’ 두 가지 키워드를 한글로 검색하니 한 작품에서 226개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인기도나 발매일에 따라 분류한 후 100여 개를 듣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3개의 음반을 꼽아보았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세계 각국의 나이마저 천차만별인 성악가와 피아니스트로부터 다채로운 음색과 번뜩이는 해석을 느껴볼 수 있었다. 새삼 이런 적이 있었나 싶다. 불과 20여 년 전, 한창 클래식 음악을 집중적으로 듣기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공연을 위한 예습과 복습을 하기도 참 쉬워졌다. 공연에서 들을 작품을 여러 버전으로 미리 경험해 본 후 공연을 들으면 분명 더 넓고 깊은 감상이 가능하다. 공연이 너무 좋았다면 그 감동을 이어가는 것도 편해졌다. 내가 접한 작곡가의 다른 작품도 들어보고, 같은 작품을 다른 연주자로 듣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소한 나의 경우는 음원 스트리밍 앱이나 영상 플랫폼이 등장한 후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같이 높아졌다. 기술은 현명하게 활용하고, 현장에서 울리는 음악의 가치는 풍요롭게 누리면 어떨까? 클래식 음악 세계는 드넓은 숲처럼 넓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