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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Nov 29. 2023

팀장님을 무시하세요.

팀장출신 팀원이 알려드림

혹시나 무작정 팀장은 다 무시하라고 생각할까 봐 미리 서두에 얘기하는데 팀장들을 무조건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구) 팀장출신인 현) 팀원이 두 역할 모두를 경험하고 그럼에도 무시해도 되는 팀장의 유형을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쓴다.


구독자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과거에 잘 나가는(?) 팀장이었다. 잘 나가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팀의 성과적인 측면이나 회사의 지지를 받는 부분에서 꽤 인정받은 팀의 리더였다.


스스로 건방지게 잘 나갔다고 말하는 게 웃기지만 사실이었다. 매년 오르는 연봉의 인상률이, 지속해서 러브콜을 날리는 이사님들이, 퇴사 후에도 커리어 고민상담을 건네오는 팀원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난 분명 성공적인 팀장 생활을 했었다.


사실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좀 더 편안한 위치에서 다소 건방지게(?)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모든 직급의 갑옷을 던지고 다시 맨몸의 상태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나의 전문성에 확신이 없어서였다. 그렇게 스타트업의 PO로 입사해 또 다른 세계 입문했고 역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해 왔다.


새로운 터전에서는 안타깝게도 좋은 리더를 찾지 못했고 좀 더 큰 비전을 가진 회사로 새롭게 터를 옮겼다. 이곳에서 새로운 팀장과 함께 일을 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팀장이 리더 같지 않다. 나이도 경력도 나보다 많은데 도무지 강점이 뭔지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어리광을 부리거나 억울하다며 징징거리는 습관이 있다. 늘 책임을 팀원에게 전가하고 핑계를 댄다.


이전 팀장은 너무 많은 책임과 희생을 강요해서 함께 일하는 게 너무도 고통스러웠다면, 이번 팀장은 내게 그런 부분은 전혀 강요하지 않지만 따라갈 의지가 아예 소멸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 정도의 팀장이면 내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는 판단마저 들었다. 물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팀장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팀장을 무시하고도 일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의 성장의지가 있다면 더 위에 따라갈 리더를 찾아보면 된다. 누구든 롤모델을 하나 잡고 따라가며 일을 해내면 성장하는데 약간의 속도감 차이일 뿐, 팀장 무시한다고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 단, 무조건 팀장을 무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렇다면 어느 지경이 되면 팀장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몇 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신의 팀장을 아래 순서대로 하나씩 판단해 보길 바란다.


1. 문서 정리를 못한다.

팀장이 해야 할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은 ‘정리’다. 팀원들이 하는 모든 일을 취합하고 요약 정리하는 것은 팀장이 매일매일 하고 또 해야 할 일이다. 본인이 실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실무를 듣고 이해하고 가장 담백한 언어로 치환하는 것.


전반 이해를 완료하고 그것을 산출물인 ‘문서화‘로 만들어내야 한다. 정리를 잘하는 것은 팀장의 기본 중의 기본 소양이다. 회사의 모든 일은 문서로 커뮤니케이션되기 때문이다.


2.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다.

위에 정리된 내용을 기반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위 직급자들의 얼라인을 맞춰야 한다. 그 얼라인을 기반으로 팀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팀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팀장의 몫이다.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에 대해 다시 위의 직급자들에게 우리 팀의 비전을 일목요연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위로 아래로 계속해서 비전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항시 얼라인을 맞추는 것, 팀장이 제일 열심히 뛰고 잘해야 되는 일이다.


3. 팀원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비전을 공유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부 몇몇의 반대하는 세력의 팀원들마저 설득하고 또 설득하며 미세한 불꽃이라도 일단 피워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경우 팀원이 반드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팀원의 성장에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더불어 팀장이 팀원의 험담을 하거나 팀원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동료에게 전파하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팀장이 내게 다른 팀원을 블레임을 한다면 팀장의 리더십을 의심해도 좋다.


4. 팀원에게 ‘서운하다’고 한다.

팀장은 리더다. 팀원이 어떤 행동을 해서 서운하다는 심리적 결과를 무작정 건네는 미숙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서운한 지점에 대해 어떤 이유로 팀원이 내게 이런 언행을, 이런 행동을 했는지 솔직한 대화를 통해 원인을 인지하고 때로는 사과를, 때로는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팀장도 사람이라 실제로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다. 내가 팀원 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으며 보호했는데 나에게 이렇게 얘기를 하니!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서운하다는 말을 건네기보다는 이유를 알고 교정하는 것이 리더다운 행동이다.


5. 피드백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팀장일 때 가장 실수했던 부분인데 나한테 왜 이렇게 말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사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곳이고 팀장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아름다운 조직 따위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팀장이 계획한 우리 팀의 문화는 맘처럼 이뤄지지 않고 문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피드백을 들어가며 보완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리더다. 다른 팀, 팀원의 피드백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팀이 망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6. 전문성을 찾기 어렵다.

기획팀의 팀장은 꼭 기획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개발리더가 기획팀의 팀장이 될 수도 있고 마케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직무의 전문성이 뾰족하게 있기에 그 전문성을 믿고 매니징을 맡게 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어떤 전문성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마케터였다고 왔는데 숫자를 못 보고, 개발자였다고 왔는데 업스케일링에 대해 이해도가 없는 케이스가 그렇다. 팀장의 선명한 전문 분야가 보여야 한다. 그것이 정말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마지막 판단 기준 하나가 남았다.


7. 직권을 남용한다.

유난히 직급을 이용해 팀원에게 소위 ‘갑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공격적이지 않더라도 은근하게 짜증을 유발하는 빌런들이 안타깝게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이런 빌런의 특징은 끼리끼리 무리 짓는 것이고, 악습이 전파되어 팀원 하나를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빌런 팀장에게는 앞서 3번에서 얘기한 ‘나를 지지하지 않는’ 팀원으로 각인되는 경우 직권을 남발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 위의 모든 절차를 다 거쳤고 마지막에 내가 그 팀원이 되어 버린 경우, 또는 내 동료가 그 피해자가 된 경우는 이제 비로소 팀장을 무시해도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말 위의 7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면 그 팀장은 무시를 해도 좋다. 그러나 그 판단이 반드시 팩트에 기반하여 객관적인 시야로 바라봐야 하며, 내가 팀장이 미워서 또는 답답해서 7가지의 기준에 끼워 맞춰 ‘자격미달’로 판단하는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팀장의 자리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위에 말한 모든 것을 다 완벽히 할 수 있는 팀장은 사실 많지 않다. 때문에 팀장은 자신의 강점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부족한 단점은 팀원들이 채워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의 완전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팀이다.


우리 팀장이 더 나은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팀원도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팀장이 불편하게 한다면 그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일곱 가지의 조건 모두가 있는 팀장이 아닌 한 서로 조금씩 노력해 보자.


그러나 놀랍게도 위 조건을 모두 달성한 팀장이라면?

지금 당장부터, 그 팀장을 무시해도 좋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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