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은 Mar 03. 2021

나는 부자가 되고 싶어요!Ⅰ.

5. 9살 둥이네 엄마표 경제교육이야기_자기이익추구(self-love)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종종 어른들로부터 쌍둥이가 받는 질문이다. 딸아이 인이는 ‘없어요!’라고 한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뭐가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단다. 

어떠한 직업을 말하려니 아는 바가 적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제 겨우 9살이니 딸아이의 모르겠다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데, 막연하게라도 재미있고 좋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없다고 답하는 딸아이가 안타깝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같은 질문이 아들 민이에게 간다. 민이는 ‘부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한다. 솔직히 엄마가 기대했던 답은 아니다. 과학자,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요즘 핫 하고 인기 있는 직업인 유튜버 같은 답을 생각했는데 의외다.


민이의 대답 뒤에는 다음 질문이 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왜 부자가 되고 싶어?” 엄마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민이는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나, 저 아이가 혹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며 살고 있나, 갖고 싶은 게 있었나, 내가 아이들 앞에서 너무 돈돈 했나 엄마는 뭔가 모르게 착잡하다.


민이는 두 번째 질문에 엄마의 심사를 눈치챘는지, 생각이 보태어진 답이 나온다.

“불쌍한 사람도 도와주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돈이 많으면 좋잖아요.” 맞는 말이다. 엄마도 부자가 되고 싶다. 민이의 생각에 너무 공감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운 마음은 여전하다. 

“엄마 근데 나는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데, 어느 분야가 빨리 돈을 벌 수 있어요?” 

마냥 복잡한 생각만으로 멍했던 엄마에게 허를 찌르는 질문이다. 속으론 ‘내가 그걸 알면 내가 했지’ 생각했지만 아들 녀석에게 그렇게 말해줄 수도 없고 난감한 질문이다. 

제법 질문에 의지도 돋보인다. 우선 답을 해주고 볼일이다. “세상은 계속 변하니까 부자가 되는 분야가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말해주기는 어려운데......” 하면서 말이 길어지니 살짝 짜증스러운 어투로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공부가 뭐냐고요? “ 라며 질문이 이어진다. 


본인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 지금은 공부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풍월의 좋은 기회가 왔는데 엄마의 답이 늦다. 퍼뜩 떠오른 바는 내 자식 세대는 이게 제일 중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바를 내뱉었다. “영어와 코딩?” 혼연일체 상 경상도 엄마가 서울식 억양으로 최대한 끝 단어를 끌어올리며 답을 하니,

“어” 짧은 답을 뒤로한 채 쿨하게 방을 나선다. 

역시 9세가 되니 긴 대화가 점점 힘들어진다. 


허한 엄마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딸뿐이지 하는 마음에 인이에게 기대어 본다.

“인아 민이는 부자가 되고 싶대” 인이가 답한다. “부자 좋지” 

뭔지 모를 딸아이 포스에 엄마가 기가 찬다. 인이가 뒤이어 묻는다.

“엄마는 엄마가 부자라고 생각해?” 어렵다. 순간 어떤 대답이 현명할까 라는 고민은 뒤로 밀리고 말이 앞섰다. “엄마는 부자라고 생각해. 엄마가 꼭 필요한 것은 살 수 있고, 민이 인이에게도 꼭 필요한 것을 장만해 줄 정도는 되니까. 무엇보다 민이 인이가 있으니까 엄마는 부자지” 말이 앞선 답이었지만 ‘괜찮지 않나’ 자족하며 마음을 쓸어내리는데 인이가 말한다. “엄마는 마음 부자네” 엄마는 정곡을 찔렸다. 

인이의 말에 ‘엄마는 마음만 부자지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잖아’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바는 정말 정확하구나 싶다.

나의 애쓴 답은 왠지 비밀이 들통 난 사람처럼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공허했다. 

오늘 부자에 대한 쌍둥이와의 대화는 ‘엄마는 마음부자’로 결론내고 끝을 낸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국부론에는 <자기 이익 추구>라는 셀프 러브를 중시한다. 엄마의 세대는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대놓고 드러내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이제 둥이의 세대는 높은 소득을 얻는 인재가 되는 꿈을 대놓고 드러내야 하는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 

부자가 되려는 것이 어린 시절 동화책 주인공인 욕심쟁이 영감이나 놀부가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알아야 하고, 그런 선한 부자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을 번성하는 부자는 나쁜 이익을 취해서 짧은 기간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10년 부자는 결코 나쁜 이익으로 그 긴 세월을 지켜낼 수가 없다. 10년, 100년 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가치와 영향력을 끼치게 마련이고, 그런 자기 이익 추구를 실현해서 이뤄낸 부자가 많으면 국가도 부자 나라가 되는 것임을 쌍둥이에게 알려줘야겠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변화하고 발전하게 되어 있다. 그런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처하며 아들이 딸이 우리 둥이가 원하는 높은 소득을 얻는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세상엔 정답이 없어서 공부해야 한다고 들은 바 있다. 다양한 공부를 통해 아이가 자기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야 할 텐데 엄마는 옆에서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고민과 생각이 많아진다.


우선 분명한 것은 가치는 희소할수록 높은 것이니, 우리 아이의 재능에 어떤 점을 희소한 가치로 삼아 키워야 할지를 늘 생각하게 해 줘야겠다. 

남보다 특출 난 재능을 기대하기보다는 본인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즐기며 배워 나갈 때 조금 다르게, 조금 더 희소하게 활용할 나만의 비법을 생각해보라고, 그것을 키워보라고 일러줘야겠다.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훈련한다면 분명히 그 시간과 고민만큼은  본인만의 길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엄마는 근거 없이 기대가 크고 잘 되길 바란다. 

끝없이 응원하고 기도하겠다. 

힘내라! 내 사랑 쌍둥이들~

작가의 이전글 너의 선택을 존중해. 사랑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