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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은 Feb 26. 2021

너의 선택을 존중해. 사랑하니까..

4. 9살 둥이네 엄마표 경제교육이야기_<합리적 선택 vs 옳은 선택>

코로나19로 인해 두문불출하는 기간이 길어지니 아들 민이와 엄마는 확. 찐. 자가 되었다. 코로나19는 핑계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건 지금의 상황에서 조금만 더 간과한다면 과체중을 넘어 명확한 비만이 되는 기로임을 깨닫고 매일 걷기로 결심했다.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초등 저학년의 필수인 줄넘기도 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둥이가 줄넘기를 몇 번 하다 말고, 시큰둥한 둥이의 모습을 보고, '이럴땐 인센티브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 유발은 인센티브"를 떠올리며 쌍둥이에게 조건을 걸었다. 아들 민이는 50개하면 음료수 하나, 100개 까지하면 과자하나 더 추가, 딸 인이에게는 30개 하면 음료수 하나, 60개면 과자하나 더 추가 해주기로 약속했다.

갑자기 두사람의 자세가 달라졌다. 엄마에게 서로 줄넘기 갯수를 세어달라고 요청이 쇄도한다.

결국 두 사람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각각 60개와 100개를 성공하였다. 


이제 인센티브를 보상받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하는데, 아들 민이가 제안한다. 집 앞의 편의점보다 길 건너 한 블록 멀리 있는 큰 규모의 편의점으로 가자는 게다.

민이의 제안에 벌써부터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단단히 뭔가를 벼르고 있는 눈치다.

편의점에 들어서니 역시나 쌍둥이는 또 너무나 다른 취향과 스타일이다. 민이는 먼저 한 바퀴를 돌고 인이는 원하는 곳이 있는 진열대로 직진행이다. 인이가 먼저 초코우유와 초코과자를 한 번에 골라 계산대에 올렸다. 민이는 평상시 같으면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았을 콜라를 가리키며 ‘음료수에 콜라도 들어가는 거지?’ 한다. 

더군다나 그 콜라는 1+1상품이다. 낭패다. 

이미 사전 약속에 ‘콜라는 안 돼’가 없었으니 이제 와서 안 된다는 주장은 빈약하다. 더군다나 민이는 과자도 1+1 상품으로 골랐다.

그래, 오늘 너희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엄마 마음에는 내키지도 않는 둥이의 그 선택을 존중해 줄 수 있는건, 사랑해서다.  이 엄마 마음을 알기나 할런지, 엄마는 문득 떠오른 노래 한구절을 읇조리며 스스로 위안한다.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한소절 쭉~부르고 나니 불현듯 스친다.  ‘합리적’이라는 말을 알아? ‘합리적이다‘라는 말은 경제학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데... 엄마의 풍월이 시작이다.

민이 인이가 오늘 편의점에서 고심해서 골랐던 것처럼 한정된 돈(자원)으로부터 최고로 좋은 것(최상의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행동을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해. 만약에 똑같은 금액이라면 그중에서 인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른다거나, 민이처럼 한 개가 아닌 두 개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 거지. 또는 똑같이 맘에 드는 물건이 두 개가 있다면 그 두 개 중에서 싼 것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기도 해. 

사람들의 이런 선택을 곰곰히 살펴보면 인이는 초코를 좋아하고, 민이는 콜라랑 또 양이 많은걸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사람들의 선택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갖고 싶어 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어.


그런데 합리적인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어. ‘올바르다.’ ‘옳다’라는 뜻과 ‘합리적이다’라는 뜻은 좀 다르겠지? 콜라가 몸에 안 좋다는 것을 민이는 알지만 골랐잖아. 민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 하지만 오늘 민이에게는 합리적인 행동인거야. 

우리는 선택하면 포기하는 게 있다고 했었잖아. 선택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여서 항상 합리적인 선택인지, 옳은 선택인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해.


오늘따라 쌍둥이가 엄마의 풍월을 군소리 없이 조용히 잘 들어주어서 열변을 토했더니, 역시나 엄마의 말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에 초코우유와 콜라가 흡입되고 있었으니 조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였다.

엄마는 문득 아이들은 이미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의 것을 누릴 줄 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저 신기하다. 합리적 경제행위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B(Birth: 출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이라고. 어떤 사람의 현재의 모습은 그 사람이 지금껏 선택해온 것들의 집합체일 것이다. 

우리 일상의 소소한 선택에서부터 인생의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선택들은 그 사람의 선호, 욕구 등이 반영되어서 각자의 삶의 방향과 모습들이 결정되는 것일 게다.

 

오늘 쌍둥이는 초코우유와 콜라를 정하는 작은 선택이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의 선택에서도 합리적인 것과 옳은 것, 내가 놓치는 것 등의 사고를 다각도로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커 나가길 바란다.


앞으로 너희들의 선택에 늘 행운과 축복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선택”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리고 걱정마라. 너희들의 그 어떤 선택도 사랑하겠다.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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