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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Jun 23. 2021

걷는 이야기

걷다 보면···


이번엔 나도 그녀도 좋아하는 걷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걷는 걸 좋아하게 된 건 엄마 덕분이다. 엄마도 걷는 걸 좋아하셨다. 아무리 힘들어도,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웬만한 거리에는 바퀴달린 것들은 이용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젊은 날엔, 이동 시 택시를 거침없이 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날씨가 좋을 때 동네 한바퀴라도 걷다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Refresh되는 기분이다. 느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종일 집에 붙어있는 날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별 것 아닌 일로 으르렁 대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잠시 산책을 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발을 쭉뻗고 기지개 펴는 고양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는 민들레, 뽈뽈뽈 줄맞춰 기어가는 개미떼···.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려온다. 사사삭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저마다 다른 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피부로 와닿는다. 햇살이 머리와 어깨를 안아주는 따스함을,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팔과 다리의 근육들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나의 모든 감각들이 깨어나 저마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걷고 또 걷게 된다. 우울함도, 걱정도 잠시 내려놓을 수 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나보다 더 많이 걷는 그녀이기에 우리의 만남은 대부분 공원이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그녀와 난 벤치에 앉거나 서서 이야기 한다. 생각해보니 일어서서 또는 걸으면서 이야기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둘다 다리가 간질간질 한가보다. 


얼마전 독서모임 통해 읽게 된 <걷는 사람 하정우> 속 글귀를 기록해두었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걷는 사람 하정우> 중. p.41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보폭으로 내가 느끼고 싶은 것들을 느끼며 걷는 행위 자체가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의 말대로 걷는 것은 우리의 인생과도 참 많이 닮아있다. 나의 인생을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힘!! 걷기를 통해 조금씩 쌓아나가 본다.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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