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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Jul 12. 2021

PM 2:00

에너지 충전시간

오후 두시는 집에 옴짝달싹 못하고 묶여 있어야 하는 시간. 외출했다가도 신데렐라처럼 땀을 흘리며 달려와 학교다녀온 아이들을 맞이하고 한숨 돌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옴짝달싹'이라는 말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일 년 사이 아이들과 나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은 '기다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늦는다고 미리 이야기하고 나가거나, 언제 어디에 가는지를 잘 이해시켜주면 된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이 작은 일들이 환경적으로 자연스레 또는 급작스레 적응되었겠지만, 나의 아이들은 아주 조금씩 계획적으로 가능해졌다.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5분, 마트 20분, 산책 30분, 도서관 1시간···. 계속 조금씩 나 홀로 외출하는 시간을 늘려왔다. 아이들은 천천히 적응해갔다. 그렇게 나는 가끔 '나의 오후 두 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두 시, 아이들이 하교하고 또는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간식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 간식을 준비하며 나의 커피도 한 잔 준비한다. 믹스커피, 아메리카노··· 기분에 따라 다르게.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나면(뜨거운 커피도 이 시간엔 들이킨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오후를 견뎌낼 에너지가 충전된다. 나이 40이 넘고부터는 오후 3-4시만 되면 에너지 고갈. 하루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나도, 아이들도, 남편도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아이들에게 퍼붓는 괜한 잔소리와 찡그린 얼굴은 대부분 나의 피로에서 온다는 걸 알고 있다. 한 여름엔 커피대신 캔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시원하게!! 에!너!지!충!전!


나홀로 외출 후, 커피 한 잔 후, 맥주 한 캔 후 아자아자!!라는 말이 조금 힘있게 입에서 흘러나온다.

나의 PM2:00 에너지 충전시간.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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