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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Jul 22. 2021

PM 10:00

자유시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 10시는 꿈나라에 있을 시간.  '재우고 일어나 뭔가 해야지' 계획하고는 아이들보다 먼저 잠드는 일이 많아 아쉬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새벽 기상을 시작한 후로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깝지가 않았다. 일찍 자야 알람을 끄지 않고 눈을 번쩍 뜰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니 에너지가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이 차오른다. 이른 아침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 밤 10시는 설레는 시간이다.

새벽 기상 3달째, 5-6시에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는 것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 잠드는 시간도 덩달아 조금씩 늦어진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둘이 자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합이 맞으니 설렐 수 밖에. 진정한 육퇴의 시간이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


10시는 꿀잠을 위해 눈이 감실감실한 시간이다. 종일 무언가로 바삐 지낸 날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든다. 비가 와도 천둥이 쳐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진다.

잠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들을 차곡차곡 쌓고 연결짓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느 날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풀리지 않던 숙제의 해답이 보인다. 그럴 땐 스마트폰에 주절주절 메모를 해나간다.

남편과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이들을 재울 땐 아침 시간에 잠시밖에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게 아쉬워 자다가 일어나 맥주 한 잔하며 수다시간을 보낸 날은 피로감이 컸다. 이젠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셈이다. 

가끔 책을 펼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불켜진 방으로 자연스레 들어오니 책은 밤시간엔 펼치지 않기로. 이것도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가능할 것 같다.

넷플릭스로 보고 싶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편과 등을 마주하고 각자의 취향대로 보는 맛!! 어느 날은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든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이런 잠이 좋다. '지금부터 자야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어떤 자세로 잠들었지도 모르게 빠져드는 잠.


PM10:00는 주로 침대 위에서 맞이한다.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고로 자유시간이다.

이 자유, 오래갈 수 있겠지?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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