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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Jan 18. 2021

단짠의 조화인 동치미


단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가능할까? 달고 짠맛의 조화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지 않을까?     


  어릴 적 시골에서는 함박눈이 쌓이면 하얀 눈에 마음껏 뒹굴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시골의 눈 내리는 겨울은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케 했었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과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다 보면,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갔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군불을 지피는 아궁이에는 밤마실을 나설 달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장작의 온기는 달의 볼도 발그스레 익히곤 했다. 달은 아궁이에 마음 한 조각 묻어놓고, 겨울 하늘 자락에 온기를 전해주러 무거운 엉덩이를 들곤 했다. 지금은 눈밭에 뒹굴어도, 집에서 샤워를 할 수 있지만, 그때는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 한 바가지와 찬물을 적절히 섞은 후, 얼굴과 손발을 닦는 것이 전부였다. 찬 바람에 포동포동한 얼굴을 내주고도, 뭐가 그리 좋았는지 허허벌판의 겨울을 그렇게 즐기곤 하였다. 달구어진 마음 온도를 식혀준 것은 몇 모금의 동치미다. 눈밭에 뒹굴지도 않은 어른이 그걸 마시며 ‘아, 속이 뻥 뚫리네’라고 했을 때 자꾸만 자꾸만 고개는 갸우뚱거려졌고, 동치미는 그런 맛으로 기억됐었다.     


  동치미는 추억의 책갈피처럼 남아있었고, 서른, 마흔 지나며 식당에서 가끔 먹은 동치미가 또 다른 책갈피가 되곤 했다. 어릴 적 갸우뚱거렸던 맛이 이것일까? 그 불가분의 관계는 단짠 연구를 해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동치미를 맛 김치를 절일 때처럼 하고, 국물 간 맞추어서 해 먹은 지 몇 년이 되어간다. 어떤 때는 단짠의 장갑을 잘 낀 듯하다가도, 어떤 때는 손맛조차 스며 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조화는 부려야 맛 인지, 지금은 단짠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알게 되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빨간색 물김치를 담가 먹는 편이다. 일반 물김치에 고춧가루를 푼 물을 녹여내면, 계절에 지친 입맛을 달래주곤 한다. 겨울의 동치미는 다른 계절보다 무의 단맛이 좋아서 배추보다는 무의 양을 조금 더 늘려서 하며, 새하얀 눈을 닮은 하얀색의 동치미를 즐긴다.     


겨울 동치미 혹은 물김치 재료     

알배기 배추, 무 1/3, 굵은소금, 사과나 배, 양파 1개, 대파 2개(쪽파 5개 이상), 물 2.5~3L, 통마늘 6~7개, 생강 1~2개, 굵은소금, 뉴슈가, 홍고추 2개, 청양고추 2개     


1) 알배기 배추와 무 1/3 정도를 준비하셔서, 알배기 배추의 가장 안쪽 부분은 쌈으로 싸서 드시고, 알배기 배추 10장이나 15장 정도 준비해서 씻은 후, 썰어서 준비해 주세요. 무도 나박으로 썰어 준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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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배추, 무 각각 굵은소금 두 숟가락 정도 넣고 잘 섞어서 절여 주세요. 총 절이는 시간은 30분이에요. 요새는 핸드폰에 타이머 기능이 있으니, 절인 후 핸드폰 타이머 15분 작동하시면 돼요. 15분 작동이 끝나시면, 배추와 무의 위·아래를 바꾸어 주시면 돼요. 다시 타이머 15분 작동을 하시면 돼요.


*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여서 동치미를 하게 되면, 익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국물은 익었는데, 배추와 무는 덜 익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어요.

동치미에 들어갈 배추, 무는 이렇게 준비해 주세요.


   이제 동치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물이겠죠? 동치미에 들어갈 물은 굵은소금과 뉴슈가로 간을 하는데, 찬물에 하면 잘 녹지 않을 수도 있어서, 뜨거운 물을 스테인리스 볼에 붓고, 굵은소금과 뉴슈가를 바로 녹여주세요. 동치미로 사용할 통은 4.8L의 통이에요.      

배추, 무, 여러 재료를 넣고 들어가는 물의 양이 2.5 L~3L 정도가 들어갔어요. 안에 들어가는 부재료가 많으면, 들어가는 물의 양이 적어지기도 해요.      


* 물 1L 당 굵은소금 2숟가락, 뉴슈가 1숟가락 정도 넣었어요.      

   이때 굵은소금은 염분이 얼마나 빠져 있는지에 따라(간수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물 1L에 뉴슈가 1숟가락 정도 먼저 넣으시고, 굵은소금을 가감하시는 것이 좋아요. 동치미를 담그실 때의 간은 일반 간보다는 조금 짜게 하시는 것이 성공 비법이에요. 싱거우면, 동치미는 맛이 이상해져요.      


   이제 배추, 무와 잘 절여졌으므로, 물에 잘 헹구어서 잘 건져주세요. 건진 무와 배추를 동치미 담글 통에 담아 주세요. 사과 1개, 대파 2개, 통마늘, 양파, 홍고추, 청양고추 등을 넣어주세요. 이때 홍고추, 청양고추는 어슷썰기 해 주세요. 딸이 약간의 매콤함을 좋아해서 청양고추도 넣었는데, 청양고추는 취향에 따라 빼주시면 돼요. 그리고 소금물을 부어 주세요.  소금물을 붓고, 동치미 통의 원하는 높이까지 물이 올라왔는지 보고, 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추가로 물을 더 넣고, 추가로 굵은소금만 더 넣어주세요.      

이것으로 겨울 동치미는 만들기 끝났어요.           



동치미 1차, 2차



통을 잘 닫아서 거실 한쪽에 두시면, 2~3일 이내에 익으므로, 그때부터 드시면 돼요.

이때 동치미에 담가 두었던 사과는 빼주시고, 김치냉장고나 냉장고에 넣어서 드시면 돼요. 동치미를 먹는 동안 계속 놔두게 되면 동치미가 삭아서 맛이 없어져요.


* 과일을 넣지 않으실 분은 과일 빼고 하세요. 과일 빼고 동치미를 하면 약간은 더 톡 쏘는 동치미를 맛보실 수 있어요. 국물 색을 불투명한 흰색에 가깝게 하실 분은 물 200ml에 밀가루 한 숟가락을 잘 풀어 끓인 후, 그걸 식혀서 국물에 넣으시면 돼요. 그러면 동치미 맛은 담백함이 약간 더 추가돼요.     

올 겨울 두 번 동치미를  담갔어요. 오른쪽 사진의 파란 잎이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늦가을에 화분에 심어두었던 무 2개가 아직 남아있었는데, 지난달에 심어놓은 프리지어 알뿌리에서 새순이 올라와서 무 2개를 뽑아 동치미에 같이 넣어주었어요. 무의 단면을 조금 먹어봤더니, 무가 달고 맛있어요. 요번에 담근 동치미는 어떤 맛이 될지 궁금하네요.

지난번 동치미랑 같은 맛이 나올까요? 맛난 동치미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법도 살짝 걸어 봅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겨울 동치미

  


  단짠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것과 같다. 단맛만, 짠맛도 추구해서는 동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동전에서 느껴지는 벨아포크(좋은 시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끝난 후 제1차 세계 대전까지의 기간(1871〜1914). 미술·문학 및 공예가 발달한 시기를 회고하여 일컫는 말)처럼 인생의 단맛은 눈밭에 뒹굴고 들어와 먹었던 그 동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먹는 동치미는 간헐적인 벨 아포 크도 있지만, 동전의 비린 맛이 더 나는 것은 세상 단짠에 길들여져서 그런 게 아닐까? 동치미를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세상 단짠에도 제대로 맞짱 뜰 수 있는 동치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겨울 동치미를 즐기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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