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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Feb 01. 2021

눈밭 톡톡과 약력 한 줄 추가


새하얀 눈밭에 톡톡 발자국을 남겨본다. 눈밭 발자국은 말랭이지만, 도전 도화지도 말랭이일까?      


  얼마 전 대설주의보에 온 세상은 새하얗게 변했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라는 가사와 더불어, 응어리진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리며, 여기저기 살며시 내려앉은 눈의 포근함에 마음은 어느새 뽀송뽀송해진다. 눈밭에서 마음껏 뒹굴며, 뛰어노는 강아지처럼 눈밭에 한 발 두 발 서툰 발자국을 남겨본다. 아무 흔적 없는 곳에 첫 발자국을 그리며, ‘처음’이라는 라벨도 발자국에 부쳐보며, 다음 발도 옮겨본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걸을 때는 어떤 식으로 걷는 것이 좋을까? 두꺼운 눈길에 얼어붙은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사람이 먼저 내어놓은 발자국을 그대로 밟으면 자신의 발은 조금이라도 덜 젖게 된다. 두꺼운 눈길에는 그나마 톡톡 발자국을 남길 수 있지만, 도전 도화지에도 이것이 통할까? 도전에도 새하얀 유혹과 환희를 느끼게 될까?      


   강아지가 즐긴 눈밭처럼, 도전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에, 동인회에서 하는 동인지 ‘봄의 손짓’ 출간에 참여해서, 8개의 시를 냈다. 수영할 때 준비물을 챙기고,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새하얀 유혹을 즐길 요량으로 쌓인 눈의 높이, 눈이 아직도 내리는지 아닌지 등을 꼼꼼히 살펴서 장갑, 목도리, 마스크, 핫팩 등을 준비했다. 동인지 공저에는 여러 혜택이 있었지만, 나의 도전 축과 목표는 공저 저자가 되는 것과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그렇게 새하얀 유혹을 즐겼고, 도전의 도화지에는 열정의 색인 붉은색이 칠해졌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도화지는 다사로운 햇볕에 무지갯빛을 발해서 ‘제16회 빈여백 동인 문학상 본상’을 받게 되었다. 수상 전화를 받았을 때는 아직도 지난밤 꿈속을 걷는 듯했다. 도전할 당시 다른 시간을 대체한 것이라, 발생한 기회비용에 지금 정신이 없긴 하다. 빈여백 동인 문학상은 출간한 시집, 동인지에 낸 작품, 작품 활동 등 여러 조건을 보고 상을 준다. 아직 출간 시집이 없으므로, 도전이라는 단어로만 끝날 줄 알았지만, 동인지에 낸 작품, 등단 후 작품과 작품 활동 등으로 본상을 받게 되었다. 뜨거운 열정을 듬뿍 실은 도전이라 후회는 없었지만, 뜻하지 않은 성과에 도전 열매가 달곰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으며, 달콤해지기 시작했다.    

 

   달곰한 맛에 대학 때 과제로 냈던 작품도 생각났다.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사진 강의에서 과제의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도전·인생이라는 주제이지 않았나 싶다. 어둠에서 양지로의 한 발 내미는 것으로 ‘도전’을 표현했으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인생과 갈지자의 한자, 생각하는 로댕을 같이 연출해서 슬라이드 사진을 만들어 제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가적인 기질은 있는 듯하며, 도전 도화지는 언제나 갈지자의 모습이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로댕처럼 방황하는 듯했다. 새하얀 눈밭 유혹은 조용히 파동을 일으키며, 가슴으로 밀려오곤 한다.      




도전과 인생의 기로에서

  


   현재 시는 짝수 달에 문예지에 발표하지만, 문예지에 실린 나의 약력에 브런치 주소를 넣지는 않았다. 시인 등단보다 브런치 작가 된 것이 먼저였지만, 그냥 그랬다. 이제 2월이 되었으니, 나의 신작 시가 실린 문예지가 배달되어 올 것이다. 동인지에 8개의 시를 내고, 2월호 신작 시 3편을 또 냈으니, 총 11개의 시가 창작 터널을 통해 무지갯빛을 띠게 되었다. 브런치에는 아픈 상처에 대해 쓴 것도 있어서, 때론 나의 브런치는 핏빛이나 검붉은 색을 띠기도 했다. 그러나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 성찰의 힘도 있어서 검붉은 색은 분홍색으로 바뀌었고, 핏빛은 조금씩 가셔 상큼한 색과 향이 나기도 했다. 


  “자기를 팔수록 유명해진다.”라는 블로그 애정 이웃의 말처럼, 또 다른 눈밭을 즐겨보기로 했다. 이웃의 이야기처럼 자신을 상품화할수록, 더 유명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출간되어 나오는 책 중 일부는 브런치 주소, 블로그 주소, 이메일 주소, 인스타그램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때론 시리거나 아픈 빛이 도는 브런치여서 새하얀 눈밭을 밟을 생각을 못 했다. 수상 내역, 내 브런치 주소 기재로 약력에 2줄이 추가되었고, 이제는 색다른 유혹을 즐겨 볼 생각이다. 도전 유혹에 바로 응해 첫걸음에 바로 대박을 터뜨리는 이도 있지만, 언제나 뒷북으로 터졌던 나의 도전은 느리고, 시리고, 애달프기도 해서 가끔은 시퍼런 빛을 보이기도 했다. 느린 발이어도 발을 내딛는 설렘이 좋아서, 두꺼운 눈에 흠뻑 젖더라도 도전 축과 회복 탄력성을 잘 갖춘다면, 실패의 경험은 풍부한 스펙트럼이 되어 나름의 도전 도화지를 즐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꺼운 눈에 오늘은 젖어도 내일은 무지개가 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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