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맛
새하얀 마을에 돌풍이 몰아친다
시큼한 바람 냄새, 엇갈린 구름 맛, 찡그린 해
바람에 취한 종이는 탭댄스를 추고
검은 비닐봉지는 비릿한 공기 맛을 탐닉하며
풍화된 고요에 강아지는 귀를 여미고
촐랑대던 쪽문은 시퍼렇게 바래며
푸념을 늘어놓는 엄마 신발에
아이 울음 한 가닥 툇마루에 걸터앉아있다
박자를 탄 바람이 슬픈 내성을 잠재우니
구름도 탱자 울타리에 상큼한 맛을 걸치며
성난 해도 마음 근육을 단련하라 한다
신발이 햇살을 투명하게 품으니
엄마는 그제야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고요는 본연의 고요 맛에 휘어진다
* 2월 마지막 신작시도 다음주 수요일에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