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마마녀 Feb 10. 2021

꽃게의 투혼

꽃게의 투혼  


        

능란한 몸놀림에 비스듬히 아려도

살며시 너의 실수를 엿듣지

싱크대에서 둥근 자유를 누비더니

새하얀 너의 입술엔 거품만 흐르네      


가슴을 적시는 민물 세례에

너는 무심히 꼬리를 지우려 하지

아련한 너의 허리에 투명하게 사정하며

솔로 생의 때도 문질러보네     


너는 시린 냉동실에서

나는 아린 양념의 산실에서

설익은 열정을 치열하게 치대며

굴욕의 밀도를 오므리네     


던져진 승부수에 깃발 꽂히니

생의 고도(苦道)에도 향은 피어오르며

여문 집게발에도 슬픈 음영이 스며드니

방울져 있는 키토산이 승화하네          


     

*고도 - 삼도(三道)의 하나, 번뇌(煩惱)로 말미암아 짓는 업(業)으로 받는 감계 육도(六道)의 고과를 이른다


--------------------

* 다음 시도 다음주 수요일에 발행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각미역 이바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