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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빵 Sep 10. 2023

갈아타다

다세대주택에서 연립주택으로


1편 '발견하다' 부터 보기



길건너 염창동의 D연립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다.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해서 그 돈으로 집을 사야 했으니, 매수에 앞서 목2동의 G빌라를 매도해야 했다.


사실, 소위 말하는 연립주택, 다세대, 다가구는 정말로 매매가 쉽지 않다. 게다가 1/4는 땅 아래 잠긴 반지층 호실이다. 오죽하면, '빌라는 거르라'는 고언(古諺)같은 농담반 진담반도 있지 않은가. 팔고 싶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다.


역으로 사고 싶다고 해서 매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지지분이 많고 노후도를 모두 충족시킬 만큼 오래되어서, 당장이라도 재건축이 될 것 같은 연립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지지부진 안 오르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오도가도 못하게 돈이 묶여버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나쁘지 않았다. 멋도 모르던 부알못(부동산을 알지 못한 자, 부린이보다 두 수는 아래.) 시절 매수한 다세대주택 G빌라가 생각보다 금방 팔렸으며 마침 D연립에도 2건의 매물이 나와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산책으로 처음 D연립을 본 지 1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을게다. 2018년 7월 27일에 계약을 했다. 츄카피카츄!


나로부터 G빌라를 매수해주신 고마운 분은 원래 소유·거주하던 80년대 연립주택이 나홀로 아파트로 재개발 되면서 건축업자에게 일괄 현금청산 매도한 케이스 였는데, 대지지분이 30평에 달하는 연립이었다고 한다. 


매도가로 6억 조금 넘게 받았다 들었으니 당시 연립 매매로써는 꽤나 선방했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지지분이 30평이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아무리 2018년이어도 평당 2천만원 꼴이니 땅의 개념으로는 업자가 싸게 가져갔다. 어쨌거나 너무 고마운 분이시니 항상 재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나에게 D연립을 매도해주신 분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그 분은 지인들과 공동 투자 목적으로 D연립을 매수했었지만, 계속 보유에 대해 투자자간 의사가 갈라지면서 매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인이 전세로 살고 있었고, 세입자는 잔금일에 맞춰 이사 나가는 조건이었다. 잔금일에 만나 집을 너무 싸게 팔았다며, 굳이 진지한 톤앤매너로 투덜거리신 기억이 난다. 부동산 거래라는 것이 원체 사람을 예민하게 하는 일이지만 이사일 조정 등에 있어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준 분이다.



매도와 매수가 이뤄진 2018년 하반기는 부동산 경기가 후끈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아파트 시장의 훈풍이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부동산 시장 하방으로 퍼져 비록 가격은 거의 안 올랐어도 거래 자체는 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G빌라는 6년 전 매수가보다 1,700만원 오른 가격(3.25억)에 매도했다. 

안 오른 게 수업료라면 수업료였겠다. 


D연립의 매수가는 G빌라 매도가에 500 보탠 3.3억.

법무사 비용이며, 취득세, 이사비용 등까지 고려해 1천5백만원 정도 더 든 셈이니 사실상 수평이동을 했다고 보면 된다. 그때도 쁘띠했지만, 2023년에 돌이켜보니 더 쁘띠하다.


향후 매도시,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거주기간 2년을 채워야 했고

당시 ‘나’는 몸테크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던 강인한 사람이었기에 (이제는 거부감 생겼음.) 실거주 조건이 있는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았다.


HF(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파견한 감정평가사의 D연립 감정가액은 2억대 후반. 감정평가액의 70% 수준인 2억 원 정도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나는 1억 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다. 원리금분할균등상환, 30년, 당시 금리 기준 월 상환액은 40만원 정도였다.


어쩌다보니, 잔금일이 조금 꼬였는데 G빌라의 잔금은 9월, D연립의 잔금은 10월이었다. D연립 매도인이 세입자와 얘기해 잔금일을 조정해 주겠다는 약속이 공수표에 그치면서, 1달이 붕 떠버렸다. 돌이켜 보면 내가 부알못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었으리라. 가급적이면 잔금일을 맞추고, 약속은 계약서에 명시하고, 이것 저것 여의치 않으면 세입자한테 이사비를 줘서라도 일자를 맞추는 게 수월하다. 


아무튼, 잔금일이 어긋났으니....이사는 보관이사를 하면 되는데, 생명체(LIFE)가 문제였다. 나야 뭐 에어비앤비라도 이용하면 되었을테지만, 동거 중인 냥아치가 둘 있어 쉽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 집에서 1달 가량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털뿜뿜 친구들을 그닥 좋아하시지 않는 부모님께 다시 한 번 큰!!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엄빠, 사랑해요.



냥아치들과 1달 가량 부모님 집에서 머물렀다. 냥아치들도 잘 적응해 주었다.







10월에 입주를 하게 되면서 (D연립)집을 찬찬히 볼 수 있었다. 매수 전에 집을 볼 때는 세입자가 살고 있고, 가구며 세간살이도 많아서,  콧구멍으로 깔라만시 주스를 마신 것처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매수한 집은 정남향에 채광이 매우 좋았고, 매도인이 2년 전에 꽤 많은 부분을 수리해 상태도 괜찮았다. 집이 매우 좁아졌지만, 반지층이 아니라 더 좋았다.



39살 정도로 보이는 40살 연립주택


해가 잘 든다. 조각 햇살의 모양이 로스코의 그림같아.


소극적 수리를 거친 집이었다.






단점은 별 거 없었다. 

아침에 현관을 열면 천정 콘크리트가 한 움큼씩 떨어져 있는 낡고 위험한 복도와 철 난간이 삭아 잘못 스쳤다간 파상풍이 올 것만 같은 계단.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주차할 때마다 느끼는 소중한 오프로드st. 경험. 

이중 주차가 일상이기에 새벽에 전화를 받고 차를 빼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녹물과 흐린날의 하수구 냄새. 

언제고 파악이 가능한 옆집의 메뉴.

걸을 때마다 창문이 흔들리는 안방.


정도 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그리고 뜬금없지만 오래된 연립주택 매수 시에는 지하실이 비워져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쓰레기가 있다면 매도인에게 비워달라고 요청하자. 나의 경우, 계약 시점인 7월이 장마 직후인지라 지하실 입구에 물이 찰방찰방 차 있어서 지하실(보일러실)에 내려가 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입주시점인 가을에 내려가보니  가구며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장화라도 사 신고 들어가 볼 걸 그랬다.


 


낡밍아웃



주차장 바닥 어뜨켕.



파상풍 어뜨켕. 저 균열 어쩔거임.




아침이면 저기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나를 반겨주곤 했다.







발렛비용은 3천원, 물론 뻥이다.




그렇다. 81년에 지어진 D연립주택은 살만했다.  ‘살만하다’는 것이 ‘살기에 쾌적하다’는 뜻은 아니다. '살 수 있다'에 가깝다.


D연립 재건축조합은 2008년에 설립되었는데, 2014년에 시공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재건축 추진이 답보상태에 빠져버렸다. 재건축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건물의 기본적인 관리 역시 중단되어 버린 듯했다. 


 ‘왜 이 곳의 주민들은 이런 상태를 참고 살까? ‘

‘주차장 바닥을 한 번 포장하면 훨씬 쾌적할텐데…’

‘나무더미를 좀 치우고 담장의 일부를 허물면 3~4대 정도는 주차가 더 가능할텐데..’

‘우리집은 고쳐서 저 정도인데, 더 낡은 대부분 집의 상태는 어떻다는 거야..’

‘시공사가 부도가 났다 쳐. 그럼 시공사를 바꿔서라도 추진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이렇게 잠잠하지?’


오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문제없이 재건축 업무가 재개되었더라면, 내가 D연립을 매수할 기회는 없었을 테지. 근데 이미 매수했으니까…원래 공중 화장실 잘 쓰고 나서 화장실 위생에 대해 욕하지 않나.


 

주차의 묘안을 낼 수도 있으련만.






시행되지 못한 재건축에 대한 사람들은 피로도는 커 보였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을테지. 분명 오래 알고 지냈을 주민들은 서로 냉랭했다.

D연립의 소유주 거주 비율은 60~70%가량으로 꽤나  높다. 매우 노후한 D연립의 전세가는 1억 안팎에 불과한데, 아마도 전세가와의 갭이 너무 큰 것도 소유주 거주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사까지 온 마당에 뭔가 나서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뉴비가 가장 겁이 없는 법이지.


(깍지낀 양손을 돌리고 머리를 좌우로 스트레칭 하며) 한 번 나대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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