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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바하
Dec 06. 2024
아이에게 배우는 창의력 수업
지난 주 6살 아이와 산책 중 신호등 앞에서
아이가 멈추며 손을 끌었다
★엄마, 여기 보여줄 게 있어요.
이리 와 보세요
ㅡ
어? 신호등 불 켜졌다, 빨리 건너자.
부랴부랴 아이의 손을 반대 방향으로 끌고 길을 건넜다
아이는 몹시 언짢아했고
땡깡 부리기 5초 전 상황이었다
오랜 산책과 컨디션 난조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엄마 마음과 몸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충돌했었다
우연히 오늘 산책 중 지난 주 언쟁이 있었던 곳을 지나쳤다
★
엄마, 제가 저번에 보여줄 게 있다 했지요?
기억 나세요?
(6살은 요새 존댓말에 재미를 들였다)
ㅡ
그럼 그럼 기억나지
★
그럼 이리 와 보세요, 보여줄 게 있어요
★
이것 좀 보세요. 물방울 모양 같지 않아요?
아이는 여름이면 작은 분수가 되는
공원의 큰 조형물 위에 서서 설명을 해 줬다
★
이 쪽에서 물이 흐르는 물방울 모양 같아요
ㅡ
와, 진짜 그렇네, 멋있다.
엄마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 해 봤는데
잘 보니 정말 그렇다, 신기한데?
리액션이 만족스러웠던지
잔뜩 흡족해하며 2차 질문이 시작된다
★
또 뭐 같은 줄 아세요?
ㅡ
글쎄 뭐?
★
풍선 같기도 해요
ㅡ
그러네. 날라갈 것 같아
★
그러고, 이 쪽으로 와 보세요.
이렇게 반대로 보면 물고기 같기도 해요
ㅡ
물방울 같기도 하고, 풍선 같기도 하고,
물고기 모양 같기도 하구나, 우와~
★
그러고~
잔뜩 신이 난 아이의 기분이 느껴진다
★
엄마, 그러고~
지도에 나오는 "여기"표시 같기도 해요
"여기??????????"
이거 말한거니?
진심으로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아이의 상상력이란, 창의력이란,
우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창의력 교육이 생기고,
창의력 수업이 생기고,
창의력이 화두되는 시대에
아이들의 본질이 잘 보호되면 좋겠다
공원 조형물을 보면서
"분수"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도
눈길 준 적도 없는
지극히 삭막한 어른의 입장에서
감탄과 유머러스한 발견이었다
특히 "여기"모양이란 ㅋㅋ
박웅현님의 책 여덟단어에서
4장 "견"은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흘러가듯 "시청"하지 말고
애정과 관심으로 "견문"해야 한다고 한다
그 기본의 "견"에 관한 내용들인데
6살 아이의 행동이 딱 그러하다
간장게장을, 담쟁이를, 목련과 매화를 깊이 보는 시인과 소설가의 경지에 오르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형형색색 오묘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게 큰 희열로 느껴질 정도로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여덟안어], 견, 박웅현
덕분에, 풍요로웠어 베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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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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