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단육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하 Dec 06. 2024

아이에게 배우는 창의력 수업

지난 주 6살 아이와 산책 중 신호등 앞에서 아이가 멈추며 손을 끌었다

★엄마, 여기 보여줄 게 있어요. 이리 와 보세요

 어? 신호등 불 켜졌다, 빨리 건너자.

부랴부랴 아이의 손을 반대 방향으로 끌고 길을 건넜다


아이는 몹시 언짢아했고 땡깡 부리기 5초 전 상황이었다

오랜 산책과 컨디션 난조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엄마 마음과 몸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충돌했었다


우연히 오늘 산책 중 지난 주 언쟁이 있었던 곳을 지나쳤다

 엄마, 제가 저번에 보여줄 게 있다 했지요? 기억 나세요?

(6살은 요새 존댓말에 재미를 들였다)

그럼 그럼 기억나지

그럼 이리 와 보세요, 보여줄 게 있어요




 이것 좀 보세요. 물방울 모양 같지 않아요?


아이는 여름이면 작은 분수가 되는 공원의 큰 조형물 위에 서서 설명을 해 줬다


 이 쪽에서 물이 흐르는 물방울 모양 같아요

와, 진짜 그렇네, 멋있다. 엄마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 해 봤는데 잘 보니 정말 그렇다, 신기한데?


리액션이 만족스러웠던지 잔뜩 흡족해하며 2차 질문이 시작된다


 또 뭐 같은 줄 아세요?

글쎄 뭐?

 풍선 같기도 해요

그러네. 날라갈 것 같아

 그러고, 이 쪽으로 와 보세요. 이렇게 반대로 보면 물고기 같기도 해요

물방울 같기도 하고, 풍선 같기도 하고, 물고기 모양 같기도 하구나, 우와~


 그러고~


잔뜩 신이 난 아이의 기분이 느껴진다


 엄마, 그러고~ 지도에 나오는 "여기"표시 같기도 해요


"여기??????????"



이거 말한거니?


진심으로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아이의 상상력이란, 창의력이란, 우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창의력 교육이 생기고, 창의력 수업이 생기고, 창의력이 화두되는 시대에

아이들의 본질이 잘 보호되면 좋겠다


공원 조형물을 보면서 "분수"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도 눈길 준 적도 없는

지극히 삭막한 어른의 입장에서 감탄과 유머러스한 발견이었다


특히 "여기"모양이란 ㅋㅋ




박웅현님의 책 여덟단어에서 4장 "견"은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흘러가듯 "시청"하지 말고 애정과 관심으로 "견문"해야 한다고 한다


그 기본의 "견"에 관한 내용들인데 6살 아이의 행동이 딱 그러하다







간장게장을, 담쟁이를, 목련과 매화를 깊이 보는 시인과 소설가의 경지에 오르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형형색색 오묘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게 큰 희열로 느껴질 정도로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여덟안어], 견, 박웅현


덕분에, 풍요로웠어 베이비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