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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Feb 28. 2024

직장인 독립기: 4. 여러 모임을 참가하다

D-180. 목 마른 마케터가 이곳저곳 돌아댕긴다

퇴사까지 D-180


‘과연 내가 회사 밖을 나와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 일할 수 있을까?’


독립까지 결정이 오래 걸렸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인맥'이었던 것 같다. 다른 프리랜서 마케터들은 다 인맥이 엄청난 것 같고, 대행사에서 일했던 분들은 특히나 전에 함께 작업했던 클라이언트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서 일감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것 같은데… 동호회나 모임(커뮤니티) 하나 하지 않는 제가 프리랜서라뇨?... 그래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다 쓸 데 없는 걱정이었어요. 


인맥왕 아닌 평범한 저도 현재 회사 밖에서 일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2022-2023 인하우스 마케터의 바깥 탐방기 


호기심이 많은 걸까? 욕심이 많은 걸까? 타고난 게 이렇게 생겨먹었다.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만족하기가 어렵다. 전형적인 어설픈 (게으른) 완벽주의자. 특히 일을 할 때 스스로 어느 순간 부족함과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지식과 정보, 마케팅 전략부터 실행까지… 이게 분명 정답은 아닌데,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것저것을 시도했다. 돌이켜 보면 조급했던 것 같다. 뒤처지기 싫어서 괜히 뭐라도 해야 안심이 됐겠지. 그런데 내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했던 모든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 같다. 


이번 글은 현재 내가 프리랜서(프리워커)가 되는 데 큰 도움 또는 영향을 줬던 모임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따라서 그 외 참여했던 온오프라인 행사, 웨비나, 모임 등의 이야기는 생략했다. 



2023년 12월 헤이조이스 연말 네트워킹 파티 


헤이조이스를 안 지 몇 년이 됐는데, 파티 참석은 처음이었다. 가끔 온라인 강연만 수강하고, 매년 연말 네트워킹 파티 후기를 보며 고민했다. 갈까 말까? 저렴하지 않은 비용에 거의 주말 반나절 이상을 반납해서 가야 하는 일정이기에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권하기가 애매했고 나 역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온오프라인 강연과 행사를 조금씩 다녔는데 8할 이상이 실망스러웠기에… 그래도 한 번 용기를 좀 내봤다. 그때쯤에도 독립의 시기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라, 안 하던 짓을 한 번 하면 혹시라도 작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2023 헤이조이스 연말 파티


당시 N잡을 하고 있어서 조금은 지친 상태였는데 다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온 많은 사람들, 일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으로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우리 직장인이 회사 안에서만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고 항상 말하는 사람인데, (우물 안 개구리 도대체 몇 번 말하는 거지...;) 그게 진짜 그렇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바깥 바람 쐬줘야 한다. 만약 회사에서 교육을 명목으로 비용 지원해 준다면 더 강력하게 추천한다. 한 번씩 내 스스로 주제파악을 하지 못할 때 또는 번아웃이 세게 올 때, 바깥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이 참 겸손해지고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강연보다는 네트워킹 시간이 좋았다. 주최 측에서 많이 신경 썼다고 느낀 점이 3층에 마련한 네트워킹 공간과 세션이었다. 그곳에서는 다른 회사, 다른 직무의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맥주를 한 캔, 두 캔, 세 캔 (많이도 마셨다…) 마시며 혼자임에도 완전 트리플 E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어떤 일 하시나요?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같은 작업 멘트를 날리며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에서 이런 적극성과 뻔뻔함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진짜 취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술의 힘이겠지. 올해에도 헤이조이스 파티 가시는 분들, 주변에 무료 맥주가 비치되어 있으니 혹시라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한 두캔 마셔봐요! 




여름에 열심히 다닌 넷플연가 모임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지금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자율적으로 일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계획에는 있었지만, 약 일 년 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결심과 실행에 속도를 높이는 데 계기가 되어 준 모임이 있었다. 바로 예비 프리랜서들을 위한 모임이었다. 원래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한 번에 구매까지 가는 일이 절대 없는데 (명색에 마케터이잖아요. 광고에 더욱 신중함…) 그런 날 있지 않나. 무언가에 홀린 날. 어느새 나도 모르게 19만 원을 결제하고 있더라. 그게 바로 넷플연가 모임이었다. 당시 넷플연가라는 곳에 대해 아는 게 일도 없었는데, 주제가 관심이 있어 바로 구매까지 해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입부터 전환까지 설계를 매우 잘한 거네.  


당시 모임은 프리랜서를 막연히 꿈꾸거나 곧 할 이들을 위한 것으로 마케터,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모였다. 모임장이 내 준 숙제를 하고, 책과 영상 등을 보며 막연하게 아이디어만 있었던 퇴사 후 프리랜서 삶에 대해 실체화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내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노마드로서 일하는 삶을 도화지에 그렸다면 모임 이후부터 디지털 노마드 그림은 지워졌다. 그저 어떻게든 피해 및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꼼꼼히 계약서를 읽는 나, 업무 시간 외 지나친 유무선 연락으로 인해 지친 나, 거절을 못해 워라벨을 지키지 못하는 나…와 같은 조금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직장인 독립기: 2. 레퍼런스를 찾다 에서 여러 책을 추천했는데, 일부는 당시 읽었던 책이다. 이 모임을 계기로 관련 책과 영상, 사례들을 찾아보며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었다. 


이후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내가 프리랜서와 맞는 사람인지를 테스트하기 시작한다. 모임에서 목표로 세웠던 것들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하나씩 이루는 중이다. 


어느 날은 '프리랜서인 내게 가장 최악인 상황 3가지'에 대해 얘기한 적도 있다. 내가 꼽은 3가지는, 

<모임 때 작성했던 메모 일부 아이패드에서 발췌함>

1)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고나리 - "그러게… 잘 다니는 회사를 왜 그만둬서" 

2) 부모님한테 손 벌리는 것 - 이 상황이 오기 전에 돈 떨어지면 알바라도 뛰어야지 

3) 불규칙한 라이프 사이클 - 일이 없을 때는 너무 없고 많을 때는 너무 몰려 들쑥날쑥하니까 내 몸과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 


여기서 핵심은 이상적인 형태 혹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할 때, 아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넷플연가 모임의 총평을 얘기하자면, 추천은 잘 모르겠다. 아직 오래된 커뮤니티 서비스는 아니라서 개인마다 만족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본인의 관심사와 맞는 모임 주제가 있고 의지가 있다면 한 번쯤 경험하기 괜찮다. 







그외 지난 2년 동안 아드리엘에서 주최하는 마케팅 컨퍼런스, 2024 디지털 마케팅 서밋, 북콘서트(북토크) 등 여 러 바깥 모임을 다녀왔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교육비로 패스트캠퍼스 강연이나 관심이 있던 분야의 웨비나를 신청해 듣기도 했다. 나는 계획형 J 인간이 아니라서 특정 목표 없이 했다. 그냥 뭐 새로운 거 없을까? 하면서 돌아다녔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찾아 했다. 만약 나처럼 인하우스 마케터인데 회사 내에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한 번씩 뭐라도 시도해 보길 추천드린다. 



번외) 

감사하게도 회사를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 꾸준한 글쓰기를 못하고 있다. 브런치도 브런치인데 나의 블로그는… 빨리 이 시리즈를 다 쓰고 개인사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자주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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