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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Mar 08. 2024

직장인 독립기: 5. 발리에서 디지털 노마드 구경하다

D-150. 발리를 잊지 못해

퇴사까지 D-150


발리에서 돌아와 다음 날 서울 강남역으로 출근하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내려서 각자가 나가야 하는 O번 출구를 향해 계단을 오르는데 대충만 세봐도 몇백명은 되는 것 같다. 잠시 음악을 끄니,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그런데 그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곳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니 어느새 이 루틴에 다시 적응한 나를 발견하게 됐다. 분명 발리에 있을 때는 '발리니스'를 외치며 천천히 행동하고 여유있는 마음을 가졌는데, 서울에서는 그게 안 된다. 다시 빨리빨리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어떻게든 일처리를 위해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큰일이다. 이곳에 있는 건 '직장인 자아'인데,
발리에서 알게 된 다른 내가 벌써 보고 싶다.




요가를 하면서 늘 꿈꿨던 '발리'. 드디어 발리를 갔다. 살면서 한 번은 가야지. 꼭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지난해 발리 5박 7일 요가 여행을 다녀왔다. 직항을 구하지 못해 자카르타를 경유해야 했지만 요즘 핫한 짱구(Canggu)에서 2박, 우붓(Ubud)에서 2박을 지내며 나름 빡센, 스스로 내 말을 빌리자면 '요가인'들이라 가능한 일정을 완수했다(이상하게 완수, mastrer 이런 단어를 쓰고 싶네...).


간단하게 내가 다녀온 요가원을 추천하자면

1) the Path - 짱구

2) Radiantly Alive - 짱구, 여러 지점 있음  

3) Yoga Barn - 우붓

4) Alchemy Yoga - 우붓


발리가 요가 성지인 이유 중 하나는 거의 모든 요가 수업을 1~2만원 가격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 원하는 수업이 있으면 미리 전화해서 물어보고 바로 워크인하면 된다. 발리 요가 관련 좋은 리뷰 글이 많으니 자세한 내용은 패쓰.



알고 보니 디지털 노마드 맛집 '발리'


발리에는 참 오토바이가 많다. 그런데 짱구는 현지인보다 많은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잘만 다니는 걸 종종 목격했다. 특히 호주 사람이 많았는데, 아마 짱구에는 해변이 있어서 서핑을 하러 많이들 오는 것 같았다. 특히 갭이어 또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발리에서 한 달~일 년 살기를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들었다. 강남 직장인은 그저 부러울 뿐...^^ 당시에는 '나도 언젠가는...꼭!' 이라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부러워 할 필요가 없네 히히.


아무래도 이 여행의 테마는 '요가'이기에 1일 1요가 (많을 땐, 2요가)를 했는데 어느 날은 짱구에 위치한 Radiantly Alive 요가 센터를 갔다. 그런데 이곳은 그동안 갔던 요가원과는 다르게 카페와 오피스 공간으로 보이는 곳을 지나야 했다. 외국인도 은근히 많고, 아무리 봐도 관광 핫플은 아닌데 왜지? 다들 노트북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길래 여기가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역시 발리,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더니. (요가의 성지면서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멋지다!)


우연히 알게 된 코워킹 스페이스 BWork


굳이 짚자면 많은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들이 '발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저렴한 물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저렴한 곳 중 하나. 물론 관광지는 우리나라보다 살짝 저렴한 편이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체적으로 숙박비, 식비, 교통수단이 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적당한 날씨: 생각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에 비해 습도도 낮은 편.

- 훌륭한 자연과 관광 명소: 오래된 사원도 많고, 하이킹에 최적인 많은 산(화산 명소도 많다), 폭포, 호수 및 강 등이 있다. 해변도 있어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 코워킹 스페이스: 워낙 유명한 Hubud을 포함 발리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매우 잘 돼있다. 각 도시마다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카페 같은 작업 공간과 그곳에서 제공하는 이벤트 및 워크샵 등은 여행과 일을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 커뮤니티: 디지털 노마드들은 외롭다. 그런데 발리에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IT 종사자뿐 아니라 작가.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등 다양한 디지털 노마드와 교류할 수 있다.

- 비자: 인도네시아는 2022년 '원격 근무 비자 (Remote Work Visa)'를 출시했다. 이 비자를 발급받으면 최장 5년의 장기 체류 허가와 함께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알고 보니, 발리에서 매우 유명한 코워킹스페이스 중 하나였던 BWork



디지털 노마드가 뽑은 일하기 좋은 도시 Best 5

아니, 사실 내가 가서 일하고 싶은 도시 Best 5


원래 여러 사이트와 기사를 참고해 순위를 매기려고 했는데, 여기에 내 사심 50%를 더했다.


1. 리스본

리스본은 Nomadlist라는 디지털 유목민과 국외 거주자를 위한 최고의 도시 순위를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거의 항상 1위에 있는 도시다. 이전부터 외국인들에게 포르투갈이 얼마나 살기 좋은지에 대해 얘기를 들어서 이순위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동남아시아에 비해 물가가 비싸지만 다른 서유럽이나 미국 도시들에 비해 싼 편이다. 리스본 도시 자체에서 디지털 노마드와 스타트업 유치에 진심이라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많이 만들었고 이벤트와 행사가 많다.


2. 자그레브

한국인에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에서 원격 근무를 한다는 생각이 어쩌면 낯설 수도 있겠지만, 해외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자그레브는 인기 도시다. 일단 물가가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고, (월 약1,600 달러 정도) 관광 스팟이 아닌 곳에 머물면 더 적은 생활비로 지낼 수 있다. 와이파이도 빠른 편이라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다!


*이번 5월에 크로아티아를 간다! 물론 자그레브에도 머물 예정


3. 치앙마이

원래 치앙마이는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았고 수년 동안 디지털 노마드 허브 역활을 해왔다. 워케이션 가는 직장인도 많다. 우리나라와 시차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서 원격 근무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나도 한두달 정도 치앙마이에서 살고 오고 싶다.


4. 발리 - 짱구/우붓

앞서 얘기한 것처럼 발리 짱구와 우붓은 휴양지로도 최고지만 디지털 노마드에게 최고의 도시다. 바쁜 디지털 노마드인 당신에게 이 두 곳에서 요가와 서핑을 하며 이너피스를 찾길 바란다.


5. 부다페스트

적은 비용으로 유럽에서 일하고 싶다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다음으로 부다페스트는 최고의 선택이다.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자그레브와 비슷한 수준의 물가를 자랑한다. 일 때문에 마음이 퍽퍽할 때, 부다페스트에서 오래된 건축물과 거리를 구경하고, 다뉴브 강에서 크루즈도 즐겨보자. 로맨틱한 도시에서 여유를 느껴보자.






불과 몇 달 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발리'로 다녀왔다. 여행 기간 내내 행복하면서 동시에 슬펐다. 다시 돌아가서 고층 건물 오피스에 갇혀 일할 생각을 하니 슬펐다. 그래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는 동시에 무엇이든 했다. 어떻게든 이 괴로운 감정을 하루라도 빨리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어떻게 보면 발리 여행 역시 내가 지금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일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큰 영향을 줬다. 그래서 내 직장인 독립기 에피소드에 포함시켰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나도 회사에서 우울할 때, 다 그만두고 싶을 때, 사람들이 싫어질 때마다 잡플래닛을 구경했다. 구경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왜냐하면 나만 여기서 이렇게 괴로운 게 아니거든...!


 아 회사 다 똑같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럼 nomadlist.com 사이트를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난 항상 즐겨찾기를 하고

오, 다음엔 여기 가서 일해야지. 언젠가는 이 도시에서 디지털 노마드 해야지!

꿈꾸며 10년 안 되는 기간 동안 회사를 다닌 것 같다. 다행히도 지금은 프리랜서로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서 무늬만 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하다. 이번 달에는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5월에는 유럽에서 워케이션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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