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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Apr 03. 2024

직장인 독립기: 6.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면접 가자

D-180. 차라리 이직은 어떨까? 

퇴사까지 D-180? (더 오래될 수도) 


앞서 얘기했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운이 좋아서 8~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콘텐츠 마케팅 한 길만 쭉 걸었다. 이상할 정도로 내 일이 참 좋았다. 회사가 싫어진 적은 있어도 일이 싫어진 적은 없었다.

며칠 전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대해 다른 곳에 작성한 글을 공유한다.

 

저는 일을 통해 자아 실현을 하자는 주의일 정도로 일이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회사에서 오래 다닐수록 ‘자아실현은 개뿔, 돈이나 벌자’ 주의가 되는 거에요. 그래서 일의 주도권을 잡고 내 삶의 주도권도 잡고 싶었어요…[중략]


‘자아 실현은 개뿔, 돈이나 벌자' 


정말 직장을 다닐수록 이 감정이 커졌다.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것을 안다. 다만, 나에겐 그런 삶이 안 맞을 뿐이다. 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 이왕이면 일하면서 자아실현도 할 수 있으면 좋잖아. 회사라는 조직을 좋아하고 싶었다. 일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재밌기를, 성취감을 느끼기를 바랐다. 그래서 10년이라는 기한을 둔 것 같다. 어쩌면 다음 회사는 다를지 몰라.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내면의 진짜 소리: 아니, 사실 회사는 다 비슷비슷해) 

딱 한 회사만 다녀볼까? 같은 가벼운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완전히 회사를 독립하기 전 이직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미래가 불안하고 나에 대한 100% 확신을 할 수 없으니까. 다 지난 이야기지만 내가 바라던 회사는 다음과 같다. 


이왕이면 정신이 젊은 회사,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한 회사,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회사, 

BM이 뚜렷한 회사,

구성원 중 꼰대 비율이 적은 회사,

투명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회사,

도전하는 게 당연한 회사,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 하지 않는 회사, 

일 실행이 빠른 회사  

… (너무 많으니 여기까지…) 




독립 후 스스로 약속한 것: 내가 싫어하던 회사의 모습으로 일하지 말자


개인적으로 이직을 좋아한다. 이직 추앙러다. 옛날부터 회사 동료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옮겨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직이라는 행위를 추천한다. 당연히 현재보다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야 한다. 은퇴 전 마지막 직장을 찾는 게 아니라면 당연히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인생사가 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회사는 대개 나를 원하지 않고, 나를 원하는 회사는 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 알지만 그래도 도전해야지. 타협도 해야지. 



마지막 이직 시도 경험


재작년까지는 안 그랬는데 내가 체감하기론 작년부터 경력 채용 시장이 어려워졌다. 중소기업의 경쟁률이 100:1 이상인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에는 회사 인사팀의 적극적인 제안을 받아 이직을 고려했다면 이제는 경력직도 직접 자소서도 쓰고 필수 서류를 제출하고 과제도 하고 면접도 2차 이상 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당연히 필요한 절차면 누구든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비상식적인 걸 요구하는 회사가 이전보다 많아진 것 같았다(이상한 사람들도 많아져서 채용이 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도 맞다.) 면접이 3차 이상인 데는 보지 않았다. 서류 전형에서 지나친 과제를 요구하는 곳도 패스했다. 면접 경험이 유쾌하지 않은 곳은 합격해도 가지 않았다. 


면접 장소가 제대로 갖춰있지 않던 곳도 있었고, 연봉이 높다며 낮출 수 있는지 물어본 곳도 있었다. 

합격했다고 이메일을 보내고, 몇 시간 후 실수했다며 추후 알려주겠다고 말한 뒤 소식이 없던 곳도 있었다. 

어쩜 이렇게 예전이랑 똑같지? 하하


반대로 이직 준비 당시 좋은 회사와 좋은 사람들도 경험했다. 예전에 비해 좋은 태도의 면접자들이 늘어났고, 회사 측에서도 배려를 많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몇 곳의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과 불합격도 경험하니 명확해진 게 있었다. 


아 난 더 이상 회사에 못 다니겠다. 

면접에서 더 이상 비전과 미션에 공감하며 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내가 큰 기여를 하고 싶어 지원했다와 같은 (선의의) 거짓말도 못하겠다. 


회사를 옮길까 하다가 결국 내 회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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