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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sat Aug 18. 2020

엄마는 아드리안느를 위한 발라드 들으며 커피 마시고싶어

엄마의 소원

“악기는 피아노가 기본이지!

피아노를 배우면 우뇌와 좌뇌가 동시에 발달해서 머리가 똑똑해진 데!”     


대리만족    


어릴 적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부모님께 언감생심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을 꺼낼 엄두도 내질 못했다. 말을 해도 어차피 학원에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가 부러웠다. 흉내라도 내고 싶은 마음에 부러운 친구들에게 동냥으로 배운 것이 고양이 춤과 젓가락 행진곡 두 곡이 전부다. 고양이 춤은 검은건반으로만 치는 것이라 피아노의 하얀 건반이 치고 싶었고 젓가락 행진곡은 하얀 건반을 치기는 하지만 양쪽 검지로만 쳐야 하고 꼭 화음을 넣어줄 상대가 있어야 했다. 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중학교가 돼서도 변함이 없었다. 전공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내 아이는 꼭 피아노를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피아노가 악기의 기본이어서도 아니고 피아노를 배우면 머리가 똑똑해져서도 아니고 그저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  


엄마의 과욕   

 

1호 녀석이 5살 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점점 아이는 커가고 여느 아이들처럼 피아노 배우는 것을 힘들다고 싫어했다. 체르니 30번은 쳐야 나중에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말에 지겨우리만큼 피아노 배우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주요 과목 학원 시간이 맞지 않으면 개인 레슨을 받으면서까지 피아노를 가르쳤다.     

피아노를 치기 싫어하는 1호 녀석에게 엄마의 소원은 네가 치는 아드리안느를 위한 발라드곡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게 소원이라고 말을 했다. 그러니 너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어느 날 창문 너머로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 들려왔다. 이루마의 ‘kiss the rain '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의 주인공은 우리 아들보다 3살 많은 옆집 아들이었다.

커피 마시며 듣고 싶은 피아노 곡 하나 더 추가되었다.   

   

남 좋은 일


 그토록 피아노 치기를 싫어했던 녀석이 중학교 축제에서 성당 성탄제에서 피아노 솜씨를 마구 뽐내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있다면 피아노 한 곡 연주해 달라는 요청에 엄마의 커피타임을 위해 감미롭게 피아노를 쳐준 이후 치사하게 더는 피아노를 쳐주지 않는다.

엄마는 커피 마실 때 아드리안느를 위한 발라드가 되었던 kiss the rain 이 되었던 피아노곡을 들으며 마시고 싶다. 이런 나에게 남편이 학교와 성당에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지켜보는 여자애들이 있으니 기를 쓰고 피아노를 쳐대지만, 엄마의 대리 마족을 위한 연주는 듣기 힘들 거라 했다. 즉 여자 꾈 때 치는 작업용이지 앞으로 엄마 커피 타임을 위해 피아노 연주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마음 비우고 유튜브 찾아서 들으라 하며 남 좋은 일 했다고 비웃는다.     

대학생이 된 아들 여자 친구가 생기면 피아노 연주를 해 주겠지? 잘 들어라

그거 내가 투자한 거다. 이런 말 해도 아무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내 아이들이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너무 좋다. 요즘은 2호 딸이 피아노를 쳐댄다. 시도 때도 없이 쳐댄다. 시끄럽다고 그만치라고 하는 나는 피아노 치는 남자가 멋있다. 누가 내 며느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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