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복도 오복 중 하나
사위 복도 오복 중 하나
세상을 살면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다섯 가지의 복을 갖추고 사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은 말년 운이 좋아야 한다고도 한다. 아버지를 보면 말년 운이 있기는 한가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정엄마는 그 말년 운을 즐기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신 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말년에 이래저래 약간의 금전운까지 따라주는 아버지는 90이 가까운 연세에도 아직까진 정정하시고 거기에 사위들이 모두 아버지를 잘 챙긴다. 유난히 사위 복이 많은 분이시다. 물론 가장 맏이로서 큰 형부가 잘하다 보니 줄줄이 그 모습을 본받은 것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모두 심성들이 참 좋은 것 같다. 그중 나에게는 지랄 맞기로는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성질머리가 아주 고약스러운 남편도 아버지에게는 참 곰살맞게 잘한다. 살갑게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묵묵히 공경하며 아버지를 섬세하게 잘 챙긴다. 나는 잘 모르겠던데 아버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아차리기까지 한다.
아버지가 연로해지시고 중환자실 신세를 한번 겪고 나니 홀로 계시기가 어려워져 자매들이 2주 격주로 돌보아 드리게 되면서 아버지를 공경하는 남편의 모습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네 명의 아이들을 육아하면서 내 아버지이니 내가 더 많이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마음처럼 시간이 따라 주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그 와중 남편은 출 퇴근길에 아버지 집에 들러 먹을 것을 체크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 놓는다. 소소하게 불편한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아버지가 목욕하시다가 힘에 부대껴 넘어지시는 사건 이후로 아버지 혼자 목욕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코로나로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가 없으니 당번일 때 자식들의 큰 일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자식이 된 도리로 쇠약해진 부모 목욕을 해드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막냇사위 남편은 귀찮고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늘 아버지 목욕을 시켜드린다. 우리 집에 와서 계실 때에도 내가 해도 될 것을 아버지는 남편이 편하다며 남편에게 부탁한다. 그래도 매번 남편에게 맡기는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에 내가 목욕을 시켜드리기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닌데 남편은 불편한 마음 한 번을 내비치지 않고 아버지 목욕해드린 것이다.
이 남자! 나한테 지랄 맞은 성질머리만 아니면 진짜 괜찮은 남잔데 왜 나에게만 욱하며 지랄 맞은 것일까?
왜 나한테만 더럽고, 치사하게 구는 것일까?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왜 나에게만 모질게 구는 것일까?
우리는 분명 사랑을 했다. 환경과 세월이 우리의 관계를 변하게 만든 것일까?
나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다. 그도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가 고마움의 표현에 인색한 것이다.
갑자기가 아닌 조금씩 우리는 그렇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겐 모질고 내 마음은 일도 몰라주는 남편이지만 내 아버지 장인어른을 목욕시켜드리는 사위 그 사람이 바로 참 고마운 내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