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MIN May 05. 2020

내 고양이가 '못생겼'나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누군가에게 고양이 사진을 보여줄 때면 첫째 고양이인 아라 사진을 주로 보여주는 편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든 아니든 으레 귀엽다는 찬사가 돌아오곤 한다.


아라를 먼저 키우게 되었고, 1년 정도 후에 다른 곳에서 인연이 되어서 노리를 데리고 왔다. (노리가 한글을 읽지 못하니 하는 말이지만) 나도 노리를 처음 보고 예쁘거나 귀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고양이에 비해서 덜 귀엽다고 생각했다. 검정, 노랑, 흰색 털이 섞여 있으면서 입가의 무늬가 코까지 이어져서 까만 점처럼 보였고, 막내로 태어난 탓에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치이느라 못 먹어서 그런지 덩치도 작고 비쩍 말라서 볼품없었다. 조그맣고 뽀송뽀송한 새끼 고양이 특유의 귀여움이 있으니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나중에 성묘로 자랐을 때가 그렇게 기대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파렴치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노리의 형제인 치즈 태비 아기 고양이가 아닌 노리를 데려오기로 정했다. 오히려 노리가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라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겠다. 노리가 털색이 알록달록하고 코에 점이 있어서 좋은 집에 갈 기회가 덜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타고난 생김새 때문에 불행해질까 봐 걱정이 됐다. 나는 이미 아라와 함께하면서 고양이의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라를 키우기 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모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데려온 노리는 지금 (적어도 우리 가족들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고양이로 자랐다. 잘 먹고 잘 뛰어놀아서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털이 짧으면서도 가늘고 보드라워서 집을 돌아다니면 털 공이 돌돌 굴러다니는 것처럼 귀엽다. 근육질에 다리와 목이 길쭉한 체형인 아라에 비해서 유독 목과 팔다리가 짧아서 바닥이 시원하거나 따뜻하면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배를 보이고 눕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보면 이 자세를 할 때 집 사람들이 귀여워서 자지러지는 탓에 일부러 저러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런 노리가 귀여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 아라도 노리도 나에게는 둘 다 똑같이 귀엽고 예쁜 고양이여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은 아라의 사진에만 반응을 했다. 노리의 사진을 볼 때는 별 말이 없다가 한 장 넘겨서 아라의 사진을 보여주면 귀엽다고 말하는 순간이 나에게는 큰 상처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에게 노리의 사진을 잘 보여주지 않게 되었다. 물건 품평하듯이 겉모습으로 평가한다고 비난을 퍼붓기에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됐다. 나만해도 이미 노리를 데려온 이유가 ‘귀엽지 않다’는 것이었으니. 다만 꼭 광고에 나오는 고양이들처럼 얼굴 비율이 조화롭고 털색이 예쁘지 않더라도 예쁘고 귀여울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부디 예쁘고 귀엽지 않다는 것이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호자'라는 이름의 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