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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Sep 07. 2021

정글의 정원사

수완 : 비



 수완과 리은. 그들의 시선은 통유리 너머 내리는 빗줄기를 향했다. 수완은 비를 좋아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물부터 장대비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끝을 볼 수 없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만물에 하염없이 스미는 빗물은 그녀의 지나온 노력이 쌓인 시간과도 같았다.          



 농생대를 졸업한 후 수완은 국내외 어디든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SNS에서   우연히 알게 된 코이카 활동이 눈에 띄었다. 이어, 결심을 하고 접수한 지 한 달 만에 곧바로 해외 연수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녀는 마테차로 유명한 파라과이로 날아갔다.


 선임연구원을 따라 독립, 개척을 목표로  그곳에서 영농기술과 작물 재배법을 알렸다. 온화한 아열대 기후에 땅도 비옥할 뿐 아니라,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30프로가 넘어서, 수완은   더욱 애정과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5동 하우스 중에서 할당된 두 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작게나마 기여를  싶었다.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의 국경지인 이과수 폭포 주변의 토양에는 마테가 잘 자라는데 좋은 성분들이 많다고 했다. 원주민 그 누군가 마스터쯤 돼 보이는 한 사람은 마테 재배법과 흙을 관리하고 토양의 질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  팀의 일원으로서 수완의 경험과 안목은 축적되어갔다.



 2년이 지났다. 이제 석 달만 더 작물재배에 힘쓰면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날은 잠을 좀 설쳤지만 적당히 뜨거운 아침 기온이 이곳에 완벽히 적응되었음을 느꼈다.


 여느 때처럼 농장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원주민 청년이 수완에게 찾아왔다. 그는 손에 마테 잎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맨발이었다. 수완은 청년의 손에서 다만 찢긴 마테잎을 보고는 설마 했다. 청년의 눈빛에서 다급함을 읽은 수완은 그의 손을 끌어 잡고 농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농장 주변의 하늘엔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테잎과 잔가지들의 유해물질 제거하기 위한 로스팅 기계에서 오작동이 일어난 것이었다. 늘 사람보다 정확한 이 기계가 타이머가 멈춰 과열된 탓에, 사람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청년이 달려와준 덕분에 피해는 두동 중 한 동에 그쳤다. 비가 쏟아졌다. 장대비가 이과수 폭포처럼 무섭게 내렸다.



카페 통유리와 마주 보는 곳에 파라과이에서 찍은 그때 그 사진이 걸려있었다. 빗속에서 원주민 마스터와 청년의 땀방울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엔 비옷을 입은 수완과 카페 대표 W가 서있었다_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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