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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Aug 28. 2021

정글의 정원사



“1학년 때 기억나? 우리 식물원엔가 갔었잖아.”

수완은 앞에 높인 접시에 화이트 크림을 부으며 말했다.

기억나지.” 리은은 빙긋 웃으며 수완을 쳐다봤다.

아마 리은이 너만 흰 블라우스 교복 그대로 입고 갔을 거야” 

수완은 적상추를 닮은 스탠포드를 입에 넣었다.

그치? 수완이 너만 청자켓 입은 거였고!”

리은은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며, 나에게도 추천 좀 해주지 그랬느냐고 말했다.

그런 건 감각이야,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탄산음료를 마셔서 그런지 리은은 목이 톡 쏘였다.

그래도 무스는 바를만했어. 내 뒷자리에 앉아서 나더러 계속 써보라고 했잖아.”

내가?” 수완이는 그때 리은이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하도... 리은이 네가 촌스럽게 하고 다니길래

 수완은 에스프레소 한 모금과 웃음을 함께 삼켰다.

수완아, 난 그때부터 너처럼 재미있게 살고 싶어 졌어”

 수완은 디저트 접시에 놓인 마카다미아를 토도독 깨물며, 진지해진 리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리은은 상체를 우뚝 세우고는 나지막이 이어갔다.

자기 자신을 꾸밀 줄 알고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말이야. 골똘히 늘 생각에 잠기는 그때의 나도 나쁘진 않았지만... 널 보면서 내가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졌던 거 같아. 아니 나 자신을 잘 몰랐던 거지. 

... 수완이 널 지켜보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때론 눈앞에 있는 것만 신경 쓰고 몰입하는 성격이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 마음의 창을 열고 세상도 알아야 새로운 날 발견한다는 걸 느꼈어     

 리은은 수완에게서 느낀 감동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어 했다. 빌런들에게 둘러싸여 부적응하며 제자리 걸음했던 모습을 깨고 앞으로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학교가 정글로 느껴졌었던 과거와는 달리, 다듬고 가꾸고 헤쳐나갈 줄 아는 정원사가 되고 싶었다. 어떤 정글에 들어가도 자신의 진정성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노하우를 쌓는 정원사가 되기 위해 되도록 수완의 닮고 싶은 점을 찾아냈다. 그래서,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일을 하는 수완과 몇 번의 계절을 함께 맞이하고 있는지도 몰랐. 둘은 통유리창 너머로 보리가 가득한 정원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_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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