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긴 원목 캐리어를 든 점원이 둘에게 다가왔다. 테이블 위엔 한 사람 앞에 메인 디쉬 한 개와 네 개의 디저트가 플레이팅 됐다. 손바닥만 한 접시에 조금씩 담겼지만 어우러지는 색과 향은 구미를 당겼다.
리은과 수완의 눈앞에는 반으로 잘린 토마토 방울들이 징검다리처럼 듬성하게 자리했다. 옐로 레드 그린의 봉긋한 애들이 귀여웠다. 매끈한 그 위로는 눈앞에서 갓 파낸 아보카도가 이끼처럼 꾸며졌다. 가운데로는 오렌지 무스 케이크 꼭대기에 바질 몇 잎이 올려져 있었다.
무스케이크! 무스?
헤어무스?
무스케이크를 볼 때마다 아스라한 추억이 떠올랐다.
수완과 리은은 삼대칠 가르마를 탄 후 칠에 해당하는 머리 꼭대기에 무스를 떡칠하곤 했다. 한 손으로 병을 흔들어 다른 손바닥에 부~ 하게 짜는 기분도 기억났다. 졸업사진에도 꽤 많은 애들이 무스를 발랐고 머리를 딱딱하게 세웠다.
머리를 세웠던 기억은 또 있었다. 아기였을 때 샴푸거품으로 머리카락을 통째 비비 꼬아 아이스크림이라며 목욕탕에서 놀던 적,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땐 솜사탕이라면서, 먹는 시늉도 냈고 '후우' 바람으로 불어 날리기도 했다.
오렌지 무스케이크를 먹으면서, 그다지 새롭지 않음애도 불구한 리은과 수완의 무스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갔다. 멋과는 멀찌감치 뒤 돌아앉은 리은과는 달리, 그때 당시 수완의 청자켓과 헤어밴드 패션은 '써니'중의 써니였다. 멋하면 수완! 수완의 별명은 백조 공주였었지.
입은 했던 말을 기억하고 다시 시간의 지갑 밖에서 서클을 그렸다.
리은은 테이블 한쪽에 놓인 철제 오일병 스탠드를 수완에게로 밀었다.
"어떤 소스가 어울릴까?"
"난 깔끔한 게 좋은데?"
수완은 화이트 크림 병을 꺼냈다.
"패션후르츠는... 어때?" 동시에 리은도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_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