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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Sep 08. 2021

정글의 정원사

리은 : 흐리다 갬




초코 다누와즈 위로 링 모양의 초코를 올리고 오렌지 요거트 무스에 에스프레소 스프레이를 뿌렸다. 팬케이크 위에는 망고 치즈 크림에 쿠키슈를 나란히 플레이팅 했다. 디저트 개발자이자, 파머 시설단 협력 연구원인 리은이 새로 짜 놓은 레시피대로였다.



 디저트 실습실에는 리은의 후배인 준이 이제 막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는 작업대에 어질러진 재료들을 정리 중이었다. 리은은 발걸음을 빠르되 준에게는 자신의 등장을 늦게 알아차리도록 숨을 죽이며 사뿐히 다가갔다. 그녀는 헛기침을 했다. 준도 리은처럼 집중을 하면 인기척을 못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연락하고 오지 그랬어?"




준은 대답이 없었다.

리은은 창가에 블루투스 스피커의 볼륨을 높였다. 잔잔한 노래가 둘만의 공간에 흘렀. 부탁하기 전에 알아서 준비해주고 생색 한번 내지 않는 준이  내심 반갑고 설렜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플래이팅 사진을 들추며 아무렇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나왔. 선배가 작품 할 때는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당황했으면서도 괜스레 리은은 기분이 좋았다. 둘이 이번 디저트 3코스 대회를 함께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준이야말로 마음의 창에 따뜻한 햇살을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았다. 미각을 자극하는 리은의 디저트와 시선이 멈춘듯한 그의 사진과의 환상이란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또 다른 나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까?



리은은 싫은 걸 표현하지 못하는 대신 좋아하는 것은 잘 표현해보려고 노력해왔다. 디저트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일이기에 현재가 좋았다.      

 과거는 어쩼든 손에 든 거품일 뿐이고 후우 불어버리면 날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에 대한 생각이 모호했던 먼 기억은 지워버렸다.


준은 창밖을 내다보는 그녀에게 장미 꽃잎을 띠운 따뜻한 꽃차를 건넸다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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