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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Jun 19. 2022

용기에도 요요가 있다

 출산을 두 번 경험한 M은 그 고통을 잊은 지 오래다. 3년 전의 그것들. 묵직한 뒤틀림, 꽉 다문 입술 위로 맺힌 땀방울 그리고 손끝부터 모아진 기운이 목청에서 바둥거렸다. 그땐 그다. 아팠지만 곧 나아졌고 힘들었지만  생명으로 인 행복감으로 상쇄되었다.



  최근 M은 이직을 했다. 5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아왔으며, 스스로 활발한 구직자로 정하 위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요가, 에세이 쓰기, 강의안 만들기, 러닝 동아리, 줌 회의 참석하기 그리고 요리와 친목 모임... 다  매일같이 했다. 모두 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들이었고 못하는 걸 굳이 꼽자면 내려놓기와 거절하기였다.


M은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물로 보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동료의 업무 부탁과 지인의 소소한 어려움은 발 벗고 도왔다.  친절을 받을 땐 불편했지만 주는 건 마음 편해했다.


돌이켜보니, 두 아이의 자모회 활동 8년 동안 모임을 주했었고 자모들과 학교 그 둘  사이에서 책임감을 M은 감당해냈다. 행사와 수업 진행, 대립과 동조의 의견 위로 중립 지키기... 이 진실되게 과묵하게 해 나갔다. 질투와 경쟁도 경험 속에 있었다. 그러나 내려놓진 못했다. 책임 뒤로 아이와  자아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일은 많이 생겼다. 좋은 사람이라는 페르소나를  벗고 보면 M의 마음은 금이 간 유리조각 같았다. 사람을 돈으로 보는 원장, 제일 잘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동료, 자기중심으로 지구가 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 친구 엄마. 좋은 게 좋다며 일조했던 M.  M은 그들에게 싫은 소리 하나 거절 하나 못했다. 이것도 힘든 일 중의 하나였다. 고충이 무엇으로든 상쇄된다는 보상의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한번 당해봐서 맷집이 생겼으려나...



 출산의 고통을 하얗게 잊고 육아의 행복감에 젖어 다시 임신했을 거라고 해두자. 스트레스를 받던 직장 생활을 쫑내고 쉴 때쯤 다시 '난 역시 일을 해야 돼' 하는 다짐이 생기는 일종의 잊고 있던 용기와도 같았다. 최근 M의 이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진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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