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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Feb 16. 2021

눈으로 읽지만 기억은 없습니다

독서 노트는 성장. 추억은 덤!

일상 메모, 독서 노트, 다이어리, 시간관리 바인더. 주위를 보면 기록을 통해 성장했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만난다. 3P 바인더로 유명한 강규형 대표, 메모 독서로 유명한 신정철 작가, 책을 읽을 때 항상 노트와 펜을 준비한다는 김미경 강사. 이순신 장군,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역사적인 인물들도 많다. 그들을 보면 기록의 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 역시 독서 노트를 기록하며 성장했다.     


이전엔 책을 그냥 ‘읽기만’ 했다. 요즘엔 독서노트를 쓴다. 책 속의 좋은 구절을 옮겨 적는 정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내 의견을 덧붙인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메모해두기도 한다. 독서 노트를 쓰면 뭐가 좋은지 묻는 이들이 있다. 독서 노트를 적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글쓰기도 거기에서 출발했다. 독서 노트의 핵심은 ‘내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을 온전한 글로 표현하고 싶어진다.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으로 붙잡아 둔다. 글자가 된 생각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들러붙는다. 그러면 내 생각이 온전히 만들어진다.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얽혔던 생각이 비로소 정리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지식도 마찬가지다. 메모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다보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 어느 새 내 지식이 된다. 남의 지식이 내 것이 되는 과정, 기록을 통해 생각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책을 읽기에만 바빴던 때는 쌓여가는 책 목록이 훈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문학 장르에 빠졌을 때는 영화보다 더 깊은 몰입감에 압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훈장의 반짝임과 순간적인 몰입감은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책 제목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깨끗하게 보는 것을 선호했다. 뭔가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때에는 포스트잍에 적어 해당 페이지에 붙여놓았다. 지금은 책에 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는다. 여백에 질문이나 생각을 적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어 메모장을 옆에 두고 책을 읽는다.     


‘메모’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책이 있다. 신정철 작가의 ‘메모 습관의 힘’이다. 메모가 얼마나 유익한지 알려준 책이다. 그렇다고 바로 규칙적인 메모를 실천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필요에 따라 메모하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끄적이기도 했다. 끊어질 듯 가는 숨을 쉬고 있던 나의 노트는 그러는 사이 몇 권으로 늘어났다. 독서 노트를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신정철 작가의 ‘메모습관의 힘’과 ‘메모 독서법’을 추천한다.      


5년 전 노트를 꺼내어 보았다. 이 때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이런 고민들이 있었구나.’ 새삼스럽다. 독서 노트를 자기계발의 도구로만 여겼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진이 표정, 모습, 순간의 찰나들을 기록한 ‘시각적 추억’이라면 독서 노트는 ‘사유의 추억’이다. 해답을 찾은 질문, 덮어두고 회피한 질문,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메모와 기록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고 한다. 가시적인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나를 생각하는 독자로 만든 것, 글을 쓰고 싶은 사람으로 만든 것. 이것만 하더라도 나에게 독서 노트는 성과이다. 거기에 추억이라는 더 큰 선물까지 받았다. 내공이 좀 더 쌓인다면 나의 글로 ’소통‘하는 성과를 더하고 싶다.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기록. 그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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