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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Feb 16. 2021

이성적인 머리와 감성적인 가슴이 만나는 곳

독서모임

2011년 가을, 타지로 시집을 온 나는 친구가 없었다. 아이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구가 된 이들도 있고, 나처럼 타지에서 시집을 온 남편 회사 동료의 아내들과 언니, 동생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관계들이 불편하고 조심스러웠다. 친구가 필요한데 막상 내가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다. 나도 내 모습이 낯설었다. 남편, 아이, 시댁 이야기 말고, 내 이야기, 너의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했다.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지역 맘카페에 독서모임 모집 글을 올렸다. 2013년 7월 경이었다. 6명이 모였다. 모두가 아이를 데리고 한 집씩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만났다.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뛰어다니고 말을 할 수 있기까지, 나의 첫 독서모임은 그렇게 3년 정도 이어졌다. 어떤 날은 책 이야기보다 육아 이야기에 울기도 하고, 시댁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일을 시작하는 멤버들이 늘어나면서 모임이 해체되었다. 나도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고, 워킹맘으로 살았다. 혼자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할 때는 블로그를 찾아봤다. 저녁에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에도 가입하고, 온라인 독서모임에도 참여했다. 모임이 없어지기도 하고, 프로젝트성으로 몇 달로 마무리 되기도 했다. 

지금 독서모임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는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자제해야 할 때는 줌(ZOOM)으로 만나기도 한다.      


친한 사이지만 독서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보니 책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그것을 나는 독서 모임으로 채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하고, 왜 좋았는지, 싫었는지 이야기 하다 보면 다양한 깊이와 입체감이 느껴진다. 같은 책이라도 각자 살아온 경험치만큼 해석이 다르다. 그리고 내가 착각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방금 읽은 그 책이 내 머릿속에 다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책을 덮는 동시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잊어버렸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내가 잊어버린 그 부분을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 꼽기도 한다. 내가 놓쳤던 것에서 새롭게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는 건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다.

독서모임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어떤 모임은 '책 이야기만' 나누기도 한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매력이 있다. 또 어떤 모임은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한다. 책을 매개로 서로의 개인사를 알게 되고, 고민을 나누고, 공감 하면서 친밀해진다. 자연스럽게 나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와 인생 선배, 친구가 되어 준다. 이성적인 머리와 감성적인 가슴이 한 데 모인 곳이 독서모임이다.      


지난 모임도 줌(ZOOM)으로 진행 되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온라인으로라도 소통을 해야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도 좋지만 내가 말하는 것을 나 스스로가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말하고 듣는, 단순한 것 같은 행동이 '연결'이라는 욕구와 '소통'이라는 행복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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