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메모로 나눈 대화

by 최순자

마무리 할 일들을 하다 일주에 한 두번 일을 보는 곳에서

새벽 두 시 경에 집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에 혹시 들어왔다 나간 차가 있나 하고 빙 한바퀴를 돌았다.

자리가 없어 나오는데 그 시간에

무슨 일인지 경비 아저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신다.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

"혹시 차 타고 나가시나요?"

"아니요."라고 한다.

나는 차를 빼려고 오는줄 알고,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물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지하가 아닌 동과 동 사이 소나무 아래 밖에 주차했다.

그 자리는 바람이 불면 솔잎이 차 위에 떨어지고

종종 소나무에 앉은 새들이

차위에 새똥을 누기에 가능하면 피하는 자리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침 일찍 내가 일어나기 전

출근할 남편이 볼 수 있는 곳에 메모를 남겼다.


"내 차를 후문 가게 옆 1동과 2동 사이에 주차했어요.

오늘 눈이나 비가 많이 온다하니 나가기 전

지하로 이동 부탁?"

메모장 옆에 자동차 열쇠를 놓아두었다.


늦게 들어와서 권정생 선생 전기를 읽다 보니 새벽 네 시다.

잠자리에 들어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남편은 출근하고, 내가 써둔 메모장 뒷면에

"당신 차 지하 1503동 입구에 이동해 놨어요."라고 써 있다.


자동차를 지하로 이동한 뒤 하얀 눈이 많이 내려 있었다.

어제 세차한 내 차는 눈으로 얼룩질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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