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서로의 생일을 챙기는 의미

by 최순자

나는 음력 9월, 남편은 음력 11월에 생일이 있다. 우리는 생일 때는 서로 생일을 맞는 사람을 위해 찰밥과 미역국을 끓인다. 지난해 내 생일 때는 손님이 온 덕분에 하루 전날 저녁 식사로 생선, 나물, 꼬막, 떡 등도 더해졌다. 남편은 생일과 결혼기념일 선물을 한꺼번에 축하하겠다며 화장품을 선물해줬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 내 화장품이 다 쓴 것을 알았나 보다.


남편 생일은 음력 11월이다 보니 이번에는 해를 넘겼다. 생일 전날 내가 일이 있어 늦게 귀가하게 되어 소고기만 사다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내가 사지 않고 사놓으라고 한 것이 서운했는데, 괜찮다고 한다. 나는 귀가 전 늦은 시간 몇 군데를 들러 겨우 고기를 샀다.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남편이 소고기를 사다 놨다.

다음 날 아침 찰밥을 하기 위해 팥을 씻어 삶아 놓고, 찹쌀도 씻어서 소금을 조금 넣고 물을 부어 놓았다. 우리는 찰밥을 시루에 쪄서 하는 편이라 전날 여기까지 준비를 해둔다. 미역도 물에 담가놓았다. 찰밥과 미역국 외 특별 음식으로는 버섯볶음, 냉이 무침, 모시떡을 준비했다.


생일날, 아침 식사는 간단히 먹기에 생일상을 소박하게 차렸다. 기도 후 식사를 했다. 냉이 무침을 보고 뭐냐고 물어보길래 “추운 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는 냉이처럼, 당신도 그러라고.” 했더니, 남편이 “당신은 의미 부여는 1등이야.”라고 한다. 선물은 걷기 운동할 때 귀까지 덮어주는 모자가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해서 사 주려고 한다. 이전에 미리 사려고 갔다가 미처 사지 못했다. 또는 내가 사용해 보니 유용한 잠 잘 때도 할 수 있는 면 목도리를 사줄까 한다.


생일이 뭐 대수냐고 챙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고 본다. 지인의 부모님은 자식 생일 날짜를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부모가 자식의 생일을, 자식이 부모의 생일을, 남편이 아내의 생일을, 아내가 남편을 생일을, 가까운 친구 사이에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 것은 서로를 향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친정엄마는 우리 집 장남인 큰 오빠 생일 때면 초를 준비하고 시루떡을 머리에 이고 20여 리 눈길을 걸어가셨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찰에서 밤을 지새워 빌었다. 다음날 새벽에 다시 눈길을 걸어 집에 와서 샘물을 가장 먼저 길어와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 놓고 동쪽을 향해 빌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양초와 떡을 준비하는데 그 당시 800원이 들었는데, 그 돈으로 자식들 학용품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고 했다.


이 정도로 헌신적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의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상대를 향한 마음이지 않을까? 일 때문에 두 시간 반 정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생일상을 차린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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