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나드는 영혼의 자유인이 되기를 소망

by 최순자

차이를 이해하고 경계를 넘나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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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현에 지역 주민에 의해 설립된 국제마애바시대학교가 있다. 작지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강한 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학교이다. 그 대학 국제교류학과에 재직한 교수와의 인연으로 내 기록에 의하면, 2008년부터 몇 차례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서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교류회를 하고 있다. 장소는 대학 강의실이나 음료나 시설이 대체로 잘 갖춰진 스터디 카페에서 했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을 알기 위해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2020~2021년 외에는 거의 매년 자비로 오고 있다. 올해도 여학생 3명, 남학생 2명, 인솔 교수 1명이 왔다. 지난 9월 3일 오후 2시부터 대학로에 있는 ‘열정공장’이라는 스터디 카페에서 교류회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지난 학기 교직과목인 내 강의를 들은 유아교육과 2학년 학생 4명과 타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는 4학년 학생 1명, 내가 참석했다. 그 외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도우미로 참가했다.


나와 도우미 학생은 조금 일찍 도착하여 준비했다. 일본 측도 시작 20분 정도 전에 도착해서 준비를 도왔다. 한국 측 참가 학생 중, 수업 시간에 종종 지각하던 학생이 그날도 10분 정도 늦어, 조금 늦게 시작했다.

그 학생에 내가 말했다. “지금 여기 모인 사람이 OO이를 제외하고 12명이므로, 12 곱하기 10을 하면 120분이다. 전체적으로 120분의 시간을 뺏은 셈이다. 오늘을 계기로 지각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 시간 개념은 내가 도쿄에서 유학 중 논문 발표 때 체험한 일이다. 정해진 논문 발표 시간이 있었다. 학과 원로 교수를 포함하여 모든 교수님과 대학원 선배, 동기, 후배들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일본어로 발표했다. 정해진 시간을 약간 넘겨 발표를 끝냈다. 그때 일본인 지도교수가 약간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내게 한 말씀이다.

“정해진 시간을 넘기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는 일이다. 나도 끝나고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늦어지게 돼 곤란하다.” 이 일 이후 나는 발표 시간이나 약속 시간 엄수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각한 학생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 교류회는 현재 한국 중국 일본 연구자들이 진행 중인, <한중일 대학 수업을 잇는 대화적 이문화 교류 수업 개발-공재적 실천 생성을 향해>(일본과학연구비 보조금)의 일부이기도 하다.

진행은 간단한 자기소개, 양국 대학생 일과, 신조어와 유행어 살펴보기, 에피소드를 통한 양국 생각의 차이를 위한 순으로 했다. 대학생 일과는 학과의 특성이 반영되기도 했겠지만, 한국 학생들이 과제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수면시간이 짧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 한국에서 뭐든지 배달하는 문화에 대해서 일본 학생들이 약간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학생은 일본 학생이 집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니, 무슨 게임인지 물었다. 여행지 추천으로 일본 학생들은 역사 문화의 도시 교토를 추천한 데 비해, 한국 학생들은 부산이었다. 한국 학생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한일 차이를 알기 위한 에피소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눠주는 것이다. 이에 보호자나 다른 반 교사, 아이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지난 8월 도쿄 연구자들 세미나에서 일본 연구자들은 “나눠줘서는 안 된다.” “그렇게 금지되어 있다.”라고 했다. 안전과 불평등 고려가 그 이유였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일본 대학생들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부럽다”라는 의견도 있을 정도로 크게 문제 시 하지 않았다. 한국 측은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는 사례도 전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대학생들이 같은 팀이 되어 발표 준비를 했는데, 발표자가 발표 자료를 다른 것을 가져와서 학점은 받을 수 있으나 성적이 낮아진다 내용이었다. 이 반응은 한일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은 성적이 중요하기에 상대를 배려해 줄 수 없다는 의견이었고, 그에 반해 일본은 학점만 받을 수 있다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성적을 중시하는 한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나로서는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4시간 토의를 통한 교류 후,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 학생들이 불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1만 4천 원을 내면 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학생들끼리 자리를 앉도록 했더니, 자발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앉아서 2시간 정도 식사를 겸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인솔자들은 먼저 먹고 나와 근처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학생들은 식사 후 최근 유행이라는 사진찍기, 문구점과 잡화점, 화장품 가게에서 서로 선물 사주기, 필요한 물건 골라주기 등을 했다. 마지막에는 헤어지기 아쉬운 듯, 과일꼬치?를 먹으러 갔다. 나는 지하철역에서 기다렸다.


다른 때는 식사 시간부터는 학생들끼리 보내게 했으나, 최근 묻지 마 사건 등으로 학교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학생 지도를 하라는 공지가 있었다. 책임감 때문에 각자 집으로 갈 때까지 지켜봤다. 이후 자정이 다 되어 전원에게 안전 귀가 문자를 받고 안심했다.


이번 교류회를 통해 무엇보다, 미래 세대이자 또 미래 세대를 가르칠 교사들이 우리와 다른 상대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관점을 가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서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1871~1945)가 “모든 다른 것은 같다. 모든 같은 것은 다르다. 너의 정신 안에서 이 두 가지 원리 사이를 오가라. 그러면 너는 이 두 원리가 모순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읊고 있듯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길 바란다.


나 역시 경계를 넘나드는 영혼의 자유인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