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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프리랜서 Oct 06. 2021

#13. 본인의 시장가치를 정하는 기준

나만의 견적풀을 만들어라

혼자 일하면서 생각보다 어려웠던 건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견적 내기였다.

그전에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일을 받을 때에는 정해진 견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지금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일을 했었으니 뭐...


마켓플레이스를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나와 혼자 도맡아 한다라는 건 연예인으로 따지면 기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차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연예인은 기획사를 통해서 일을 하며 수수료를 주는 대신 자칫 본인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 수도 있는 돈 적인 부분인 출연료 협상이나 스케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홀로서기를 하면서부터는 그 모든 일들을 혼자 해내야 한다.


그럼 나는 처음에 어떤 식으로 견적을 냈을까?


그 기준을 일단은 마켓플레이스 단가+@로 잡았다.

일단 나의 가치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인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다. 회사마다 각자의 예산도 정해져 있고 아직 스스로 낸 견적으로 검증을 받은 적이 없지 않은가.


일단 부딪혀봐야 했고 초반에는 자연스럽게 마켓플레이스에서 받던 견적으로 일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마켓플레이스의 견적대로 받더라도 그동안 수수료로 마켓에서 가져갔던 30%를 고스란히 내 몫으로 가져올 수 있으니 나는 기존 견적보다 30%를 더 받게 되는 셈이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해를 넘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고 현재의 견적에 다다르게 되었다.


견적을 낼 때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첫 번째.

견적을 낼 때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단지 시간 대비 노동력으로만 견적을 측정하는 것이다.


왜 나의 시간 대비 노동력으로만 견적을 정할까?

일을 하려면 장소와 컴퓨터를 비롯한 장비도 필요하고 거기다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등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현재 나는 어도비 프로그램을 매월 정기구독 중이다.

이것들도 다 공짜로 누가 나에게 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번째.

일을 의뢰하는 업체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서 약간은 플렉시블 하게 행동해야 한다.


나에게 일을 주는 곳이 프로덕션인지, 에이전시인지, 중소기업인지, 대기업인지에 따라서 타의로 혹은 자의로  견적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프로덕션의 경우 광고주 -> 에이전시 -> 프로덕션 -> 심하게는 프로덕션 단계를 한번 더 거쳐서 나에게 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견적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의 에피소드에서도 말하기는 했지만 내가 프로덕션의 일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대로 대기업 같은 경우는 평소보다 좀 더 높게 책정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은 예산 자체가 중소기업과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

한 예로 어느 날 삼성생명에서 견적 문의가 온 적이 있었다. 평소보다 일부러 조금 더 높게 불러봤는데 그쪽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견적이 왜 이렇게 싸요?”였다.


결국 그때 그 일은 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에 까인 이유는..

견적이 그쪽 기준에서 너무 낮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견적이 낮으면 퀄리티마저 낮게 나오거나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건 사람들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명품을 사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명품을 사는 건 단순히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구입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나 또한 이 업계에서 스스로 명품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무수히 생겨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회사들 중 하나가 되어 언젠가 파묻히게 될지 모른다.


내가 아직까지도 영상을 제작할 때 대부분의 소스를 직접 제작하고 템플릿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믿고 일을 맡겨준 회사에게 남들 다 사용하는 템플릿을 이용해서 영상을 제작한다는 건 예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나 스스로도 자존감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가치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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