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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프리랜서 Jun 17. 2020

#7. 내 가치(견적)를 올릴 타이밍은 언제일까?

또다시 물밀듯 밀려오는 의뢰


2014년 12월. 


첫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어느새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 마켓을 통해 진행한 프로젝트만 어느새 5개.

개인 외주였던 mcm 프로젝트까지 끝마치고 나니 찬바람 부는 추운 겨울이 되어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속으로 나 이러다 어느새 부자 되는 거 아니야?라는 헛된 희망도 잠시 꾸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연말이 되자 미친 듯이 일거리가 몰리기 시작했다


마치 mcm이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듯, 일이 끝나자마자 개인적으로 몇 건의 프로젝트 의뢰가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기존에 해오던 마켓플레이스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의뢰가 들어온 스타트업, 광고대행사 두어 군데 정도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복인지.. 심지어 마켓플레이스는 내가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 쪽에서 포트폴리오만 보고 나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해왔다.


이때 당시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해온 클라이언트는 키움증권과 사람인 포털사이트의 자회사인 (주)다우기술이었다. 훗날 이 회사와의 인연은 약 2년 동안 이어지면서 나의 프리랜서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5년 초 제작된 다우오피스 모션그래픽 영상 E/V 활용사례

https://youtu.be/zeDiivtx-l8

엘리베이터 광고용으로 제작된 다우오피스 20초 홍보영상_Ver_A


https://youtu.be/nbY5eUiC-a8

엘리베이터 광고용으로 제작된 다우오피스 20초 홍보영상_Ver_B



왜 일은 항상 한꺼번에 몰리는 걸까?


순간 제주도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프리랜서 처음 시작했을 때 프로젝트를 동시에 3개나 받아버렸다가 제주도에서 울음이 터졌던 그때...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힘들었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 입금된 계좌내역과 멋지게 완성해낸 포트폴리오 영상들.

몇 개월 안되지만 내 나름대로 경험도 쌓였고 최대한 빨리 경력을 쌓고 싶은 욕심이 컸다.


게다가 경력도 별로 안 되는 사람을 먼저 찾아주시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신나서 전부 하겠다고 나서버렸다. 게다가 스타트업에서 받은 의뢰는 마켓플레이스보다 조금이나마 금액을 더 올려 받을 수도 있었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되는 영상이다 보니 스타트업 입장에서 예산도 충분했고 나도 기존에 마켓에서 받던 금액보다 아주 소심하게... 한 20~30만 원 정도 올려 받았던 것 같았다.

(그래도 그들 입장에서는 마켓에 의뢰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혔을 것이다.)


이미 혼자서 mcm과의 프로젝트를 무사히 해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무섭다기보다 오히려 설레었다.

다만 아직 사업자는 없던 시기라서 3.3%의 원천징수를 떼는 식으로 계약서는 구색만 맞춰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2월 초에 스타트업 영상 의뢰.

12월 중순 한 광고대행사의 20초짜리 작은 오프닝 영상 의뢰

12월 말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다우오피스의 20초 광고 영상 2건 의뢰

이듬해 1월 초 또 다른 에이전시를 통한 IT업체의 3분짜리 영상 의뢰


약 두 달간 4건의 프로젝트, 5개의 영상을 쳐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중 제일 마지막에 의뢰받은 IT업체의 일을 따오신 에이전시의 대표님과의 미팅 얘길 해보려고 한다.

본격적인 프로젝트 의뢰 전에 11월에 인사도 할 겸 선미팅을 먼저 했다. 만나자마자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으셨다. 나이는 몇 살이며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프리랜서 시작한 지는 또 얼마나 됐고 특히 마켓플레이스와의 일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셨다. 아무래도 이전까지는 없던 플랫폼이니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궁금하긴 했었을 터.


내가 아는 정보에 한해서 얘기해도 될 만한 것들만 가려서 대답을 해드렸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아무래도 이것이 아닌가 싶다.


“마켓에서 수수료는 얼마나 떼 가요?”


이 분도 나에게 일을 맡기려고 하는 입장에서 마켓플레이스보다 더하면 더 했지 수수료를 덜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으니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러면 우리도 다음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되면 그 정도 수수료율로 맞춰서 진행하자고 말씀하셨다.


뭐... 내 입장에서 일단은 일을 받을 수 있는 루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아직까지는 프리랜서 하다가 회사로 들어갈지 계속 이렇게 프리랜서를 하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래서 바로 OK 했다. 그렇게 대표님과의 미팅은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만을 가진 채 일단락되었다.

그런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바로 다음 해 1월에 프로젝트 의뢰를 하신 것이다.

그때 당시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3개, 영상은 총 4개가 맞물려서 동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량도 길었고 일단 욕심이 났다. 그래도 괜히 맡았다가 다른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전부 마감을 못 지키거나 퀄리티가 안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고민 끝에 의뢰는 받되 견적을 조금 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왜 그 순간 견적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을까?


첫 번째는 이유는 분량이었다.

아무래도 이전에 진행했던 영상들보다 러닝타임이 늘어나니 당연히 작업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견적을 올려 받아야 할지 나름대로 계산을 했다.


두 번째는 이유는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많았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받은 건 순전히 나의 욕심이었다. 하나는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던 시점이라 해도 아직 3개의 영상을 만들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니 당장 하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굳이 프로젝트를 추가로 더 받아서 죄다 망칠 수도 있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리스크를 감당해가면서 내가 추가로 일을 받는다면 나도 얻어가야 하는 게 있지 않을까?


결론은 돈이었다.


밑져야 본전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안 해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처음 작성했던 견적에서 조금 더 올려보았다. 그러고 나서 대표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가 제시한 견적은 이 정도입니다. 수수료와 상관없이 제가 받아야 하는 금액만 지켜주시면 클라이언트분께 견적을 얼마를 제시하셨든 수수료를 30% 이상으로 가져가시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한 정당한 견적 올리기였다고 생각한다.


주식을 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식은 결국 주가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건 바로 폭락이지 않은가.

단순한 시장논리였다. 현재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고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들도 전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개인적인 생각인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반년 동안 진행하면서 한 번도 견적을 올려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본능적으로 지금이 조금이나마 단가를 올릴 타이밍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연예기획사랑 비교해봐도 결국 소속 연예인의 몸값을 올리는 건 기획사의 몫 아니던가.

어쨌든 결과는 성공적으로 견적을 올렸으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본인도 똥촉이었을 때가 있었으니...


여담이지만 프리랜서 생활 후 약 1년쯤 지났을 때였는데 한 공기업에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는데 예산을 미리 말씀해주셨다. 다만 기존에 내가 경험해왔던 공식대로 견적가가 낮은 게 아닌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내가 당시에 받는 견적의 분량 대비 거의 3배쯤... 되었던 것 같다.

이때 실수를 저질렀다. 기존에 시장에서 자리 잡은 나의 견적가를 지켜가면서 흥분하지 말고 중용을 했었어야 했는데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렀다. 결국 예산가 거의 맞춰서 견적을 불렀다가 퇴짜를 맞고 말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구나...


이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시는 예산이 많은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와도 기존에 내가 받는 견적가 바운더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규칙이 생겼다.



오늘의 결론

욕.심.부.리.지.말.자


https://youtu.be/UDy2kaT9RHk

2014년 연말에 진행한 스타트업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 펫피트 홍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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