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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Aug 24. 2024

쓸모없는 것의 쓸모

새싹이 있기에 낙엽이 있고 낙엽이 있기에 새싹이 있다.

잘 익은 열매가 될 줄 알았는데,

쓸모도 없이 떨어지는 낙엽이 되는 것 같다.

자꾸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만 되뇌인다.


대단한 기여를 하려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그런 인생일까봐 두려워한다.

쓸모없는 인간이 될까봐, 쓸모없는 인생이었을까봐 걱정하며 산다.

알고 보니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잘 살지 못하고 떠날까봐 두렵다.

시간은 멈춤없이 흐른다.

이미 흘러버린 시간처럼 지금의 시간도 금방 흐를 것을 알기에 마음이 급하다.


태어나 사는 것에 유용을 따진다.

마치 뭘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그런다.

태어난 목적이 있었는데 잊은 사람처럼 조바심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내가 마치 뭘 알고 있는 듯 걱정한다.

잊은 것을 기억해 내려는 노력을 매일 하고 산다.

살아가는 게 이유인데, 사는데 이유가 있는 것처럼 무엇을 찾아 헤맨다.


찾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웃고, 사랑하고, 바라보고, 느끼고.

오직 나의 마음으로,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이 삶이라는 이야기를 매일 지어갈 뿐이다.


떨어지기 위해 피어난다.

떨어지기 위해 열매 맺는다.

피어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할 일이다.

과거엔 새싹이었고, 미래엔 낙엽인 우리가 할 일이다.

푸르렀을 때도 쓸모 있었고, 떨어짐으로 더욱 쓸모 있는 것.

절대 쓸모없을 수 없는 존재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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