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의 쓸모
새싹이 있기에 낙엽이 있고 낙엽이 있기에 새싹이 있다.
잘 익은 열매가 될 줄 알았는데,
쓸모도 없이 떨어지는 낙엽이 되는 것 같다.
자꾸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만 되뇌인다.
대단한 기여를 하려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그런 인생일까봐 두려워한다.
쓸모없는 인간이 될까봐, 쓸모없는 인생이었을까봐 걱정하며 산다.
알고 보니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잘 살지 못하고 떠날까봐 두렵다.
시간은 멈춤없이 흐른다.
이미 흘러버린 시간처럼 지금의 시간도 금방 흐를 것을 알기에 마음이 급하다.
태어나 사는 것에 유용을 따진다.
마치 뭘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그런다.
태어난 목적이 있었는데 잊은 사람처럼 조바심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내가 마치 뭘 알고 있는 듯 걱정한다.
잊은 것을 기억해 내려는 노력을 매일 하고 산다.
살아가는 게 이유인데, 사는데 이유가 있는 것처럼 무엇을 찾아 헤맨다.
찾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웃고, 사랑하고, 바라보고, 느끼고.
오직 나의 마음으로,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이 삶이라는 이야기를 매일 지어갈 뿐이다.
떨어지기 위해 피어난다.
떨어지기 위해 열매 맺는다.
피어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할 일이다.
과거엔 새싹이었고, 미래엔 낙엽인 우리가 할 일이다.
푸르렀을 때도 쓸모 있었고, 떨어짐으로 더욱 쓸모 있는 것.
절대 쓸모없을 수 없는 존재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