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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Mar 05. 2024

공감이 된다는 소중한 한마디

내가 좋아하는 말

블로그에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게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홀로 작은 방에서 글을 썼다. 뭘 쓰겠다고 정해놓은 것도 아니었고, 뭘 써야 할지도 몰랐다. 그냥 창을 열고 키보드에 손을 올린 다음 그때 내 안에서 튀어나오는 글들을 썼다. 


그렇게 하루하루 쓰다 보니 어느새 300개의 글이 쌓여있었다. 300개의 글을 써야 한다고 했거나, 300개의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면 아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매일 쓰는 일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그렇게 내 시간과 함께 글이 쌓여있었다. 




선물 같은 글들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서 더욱 기분 좋았다. 단순히 블로그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애를 쓰거나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글을 써야 했다면 어느 순간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의무감 없는 자유로운 글이 나를 기꺼이 쓰는 시간으로 데려다주었다.


블로그 글쓰기는 내 마음을 담는 도구였다. 마음대로 이 말, 저 말할 수 있는 공식적인 놀이터였다. 쓰면서 나아갔고, 쓰면서 나를 위로했다. 쓰면서 지금 내가 있는 곳을 확인했고, 쓰면서 무엇을 할지 결정했다. 그냥 썼을 뿐인데 나에겐 치유의 시간이었고, 셀프 코칭의 시간이 된 것이다.


나를 위해 썼던 시간들이 신기하게 누군가의 시간과도 닿아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그 사람의 댓글을 보며 그 사람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느낀 것들을 쓰고, 그것을 읽고 가지는 누군가의 느낌, 다시 그 느낌의 글을 읽고 느끼는 나의 느낌. 글은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있었다. 쓰고 읽는 것만으로도 주고받음이 이루어졌다. 다른 게 인연이 아니라 쓰는 이와 읽는 이만으로도 우리는 그 순간 인연이었다.




"너무 공감되는 글이에요"

"(  ) 문장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런 피드백을 읽을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글을 잘 쓰시네요."라는 평가의 말보다 내 글을 읽고 자신의 마음에 물결을 일으켜내었다는 그 말이 백배 천배로 기뻤다.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날 수 있다니. 서로 비슷한 마음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니.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고 기적 같은 경험인 것 같다.


누군가의 직접적인 도움보다 온라인의 바다에서 건져낸 감성글귀 하나가 나를 도와주고 구해낸 적이 많다. 마음에서 길어 올려 툭 던져 낸 그 사람의 글 하나로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느꼈고, 내가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쓰고 읽고 나누고 공명하는 이 마법 같은 일을 오늘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이 글도 누군가에게 또 가닿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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