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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Apr 18. 2024

내성적인 편입니다.

내성적이어서 가질 수 있었던 것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 많은 사람이다. 성격을 전체적으로 대신해 '내성적이다.'라고 정의하지는 않고 '내성적인 사람이다.'라고 정의하지도 않겠다. 대체로 많은 순간 내성적인 부분을 사용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내성적이라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일이 없다. 일단 표현을 잘 안 하니까 내 말로 상대방이 다칠 확률은 낮다. 최대한 상대방에게 맞춰 적절한 대화를 하려고 속으로 무던히 애를 쓰기 때문에 나 때문에 기분 나쁠 일은 많이 없다.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없다. 밖에 나가면 친절과 상냥함을 베이스로 깔기 때문에 누구나 나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길도 자주 물어보신다. 


겉으로 곧바로 드러내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을 잘 관찰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내성적인 성격 덕분에 감정표현이 섬세하고 속마음이 깊다.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숙고하는 편이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도 형식적으로 던지기보다 진심을 담아 전한다. 꾹꾹 눌러쓴 편지나 그 사람을 위해 신중하게 고른 선물로 내 마음을 함께 전한다.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 줄 수 있다. 함께 돕고 응원하는 데에 재주가 있다. 조심스러운 편이라 일을 꼼꼼히 챙길 수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 많아서 가장 좋은 점은 나와의 대화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고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선택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나의 길을 갈 때가 많다. 나를 잘 돌아보는 면은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내성적인 성격이 뭐 좋은 거냐고 생각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불편할 때나 단점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나의 내성적인 부분을 귀하게 여기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태도의 말들』에서 엄지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착함이 매력 없음으로 표현되는 시대가 나는 무척 떨떠름하다. 배려가 자신감 없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매우 불편하다." 나도 이하 동문이다. 소극적이고 소심하고 내성적인 게 무능력하고 모자란 게 아니라 선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면 좋겠다. 다정하고 상냥한 것들은 힘이 세다. 귀엽고 여린 어린 아이나 강아지를 보면 우리의 가슴은 무장 해제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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