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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Apr 23. 2024

스무 살의 나에게 독서를 권장해.

최대한 일찍 책과 친해질 것

아주 어릴 적, 책에 빠져든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중학생이 된 후부터 책과 담을 쌓았다. 친구가 좋았고, 노래가 좋았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시 책과 만날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런 계기 없이 책을 손에 드는 나를 만났다. 


국문학과에 입학한 동생 덕분에 집에는 몇 권의 책이 있었다. 죄와 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같은 책은 몇 번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김미경, 한비야의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었고 기욤 뮈소의 소설류도 읽었던 것 같다. 지금도 책을 읽으면 감상문을 남기는데 그때도 싸이월드에 짧은 독후감을 기록했다.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궁금한데 지금은 접속이 되지 않아서 확인이 어렵다. 독서 기록도 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데 알 수 없어 아쉽다.


그 시절 읽었던 책 중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있었던 게 생각난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찾아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왜 그 책 제목이 가슴에 새겨져 있는지 알 법 하다. 그때의 나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키친이라는 책이 내게 큰 힘을 줬던 것이 분명하다. 


돌아보니 스무 살의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때의 내가 책과 가까이하는 삶을 시작해 주어서 지금의 내가 책과 벗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독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요즘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모자란 기분이다. 더 빨리, 더 예전부터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아쉬움도 든다. 고전문학이나 청소년 권장 도서들도 이제야 읽어보기 시작했으니 학창 시절 얼마나 책과 안 친했는지 알 수 있다. 성공학책도 재미있고 에세이는 심장 아프도록 좋다. 죽기 전에 코스모스나 토지 같은 책은 언제 읽어볼 수 있으려나. 관심 책 카테고리에 리스트는 자꾸만 쌓여가는데 문장을 삼킬 나의 용량이 부족하다.


스무 살의 나와 만날 수 있다면 말하고 싶다. 

"친구야, 어떤 책이든 좋으니 제발 노는 시간 좀 줄이고 책을 더 많이 읽거라.

사람보다는 책이 너에게 양식이 될 것이니 부디 그만 싸돌아다니고 도서관을 사랑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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