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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 Oct 10. 2022

진심으로 회사 가기 싫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내 주말 어디갔지


가기 싫어하면서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주일에 5일이나 쏟아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왜 회사 가기 싫은거지? 어차피 올거면서, 사실 가기 싫은 게 아닌건가? 아닌데,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책임감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다른 방식의 삶이 강하게 떠오르지 않아서, 그저 내가 게을러서, 이 정도면 할만해서, 등등 미사여구를 붙여봤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라는 걸 깨닫는다. 다른 모든 잡다한 이유들을 제거하고 나면 결국에는 안정적인 재정상태를 원해 취업을 했으며 2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



믿을 수 없었다.... 돈? 난 돈이 크게 상관없는 사람인데? 애써 외면해 봐도 난 돈을 벌기 위해 그 사무실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맞았다.



한동안 온갖 음모론으로 점철되어 경제에 원리 따위는 없으며 결국 자본이 있는 자들의 놀음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돈 있는 사람들 = 힘 없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질겁부터 했으며, 경제 공부는 절대 싫었고, 인생을 실체도 없는 돈에 얽매이며 살아가는 것도 싫었다. 알아보려는 시도도 안 해본 내가 무슨 기준으로 그런 호언장담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그건 나 자신한테 솔직하지 못한,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였다.



하지만 난 시간, 체력과 정신을 그간 회사에 바쳐왔다. 그렇게 싫어하는 돈을 위해서. 상처받기 싫어서 외면하기엔 난 돈에 관심이 많고 돈이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인정합니다



여행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사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 외에 다른 삶을 접한 적이 없었다. 사실 다른 방식을 접했어도 내가 더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취업을 하든, 카페를 차리든,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그런 인생을 살아온 이들과 꽤 오랜 기간 함께 했고 나도 모르게 내면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돈은 노동의 대가이고, 노동 없이 돈을 얻고자 하는 건 사기이며, 돈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악의 근원이라는 착각이다.


그렇지만 그 학습의 대가는 끔찍하다. 지금 나는 하루에 8시간씩 돈을 벌기 위해 의미없는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난 돈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아졌다. 일을 하더라도 돈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그 노동 자체에 의미를 둔 노동만을 하고 싶어졌다. 돈과 상관없이 배고프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도저히 경제적 기반 없이 이를 신경 쓰지 않으며 무언가를 추구할 자신이 없었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 상태. 그걸 뭐라 부르더라?




은퇴가 하고 싶어졌다. 얼마가 있으면 내가 물질적으로 화려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독립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객관적으로 목표가 생겼다. 목표가 생기니 공부하고 싶어졌고, 회사 가기 싫은 마음을 다른 곳에 역동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 첫 스타트가 경제책의 바이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다. 아직까지 읽히고 있으며 추천 목록에 등장하는 책이다.



위의 생각들이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고,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시원하게 짚어준 책이다. 우리가 '왜' 경제 공부를 해야 하며, '왜' 직장생활이 그렇게 재미없는 것인지 명명백백히 드러난다. 이 '왜'를 알고 나니 그동안 학습된 부분(돈은 노동을 해서 버는 것)에 새로운 시각(돈이 노동을 하는 것)이 더해져 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무작정 기술과 요령을 배우기 이전에 가치관과 관념적인 부분을 정립해야 무언가를 배울 맛이 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자세한 건 리뷰에서 볼 게 아니라 꼭 책을 통해 보았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접해보았으면 하는 건 위빳사나 명상 이후로 오랜만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85p, 로버트 기요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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