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쉬운데 저도 잘 못해요.
어떤 유형의 직장이든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합니다. 업무의 효율과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이 필수죠. 그래서 대부분 잡 인터뷰나 면접에서 본인의 강점을 이야기 하라고 하면 단골 손님으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등장합니다. 문제는, 소통을 잘하는 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너무 많다는 것이죠. 저는 좋은 소통에 대해 정의하라고 하면 수십가지 정의도 더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경과 맥락에도 맞아야 하고, 명확해야 하며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이 담긴 명료한 소통이어야 하고, 누가 들어도 이해할만큼 쉬워야 하며 ... (이하 생략)
소통은 개발과 디자인 같은 Hard Skill 이 아니라 Soft Skill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늘지 않습니다. 꾸준히 말하고 듣고 생각하며 본인만의 소통 방법과 무드를 길러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좋은 소통의 조건'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수치적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 회사에서든 데이터와 통계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데이터 리터러시, 숫자 리터러시가 중요한 역량으로 꼽히죠. 하지만 이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지만, 이를 '소통'에서 까지 적용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보이스 (VOC) 100개를 분석했다고 칩시다. 그걸 분석해온 사람이 '우리 서비스에서 A라는 기능이 어렵다고 답한 사람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은 B가 불편하다고 하네요' 라고 운을 띄웁니다. 이걸 듣는 사람들은 뭐가 궁금할까요?
A가 그래서 전체의 몇 퍼센트인데? A와 B가 대부분인 거면 그 두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머지 불편점은 무시해도 될만큼 작은 수치인가? 이런 궁금증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수치적 커뮤니케이션을 체화해두어야 합니다. 남이 묻기전에 미리 자신의 소통에 녹여두어야 합니다.
조금 과장하여 수치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4월 10일부터 4월 20일까지 수집된 VoC가 110개 였고, 결측 데이터 10개를 제외하고 100개를 분석했습니다. 총 A,B,C,D,기타 이렇게 다섯가지로 라벨링을 했구요. A를 불편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B는 30%로 그 뒤를 따랐습니다. 나머지 C,D,기타를 합하면 15%정도로 이번 분석에서는 A,B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지난 분석에서도 A기능이 50%로 불편한 기능 1위였는데요, 일부 기능을 개선하였지만 아직도 유저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지만, 숫자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렇게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좋습니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뭘 또 숫자로 표현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습관이 생기면 그때부터 데이터 문해력과 분석력이 조금씩 길러지게 됩니다.
맞아요. 숫자로 소통하라는 말은 어디서나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주변을 둘러볼 때, 정말 숫자로 소통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들이 무언가 많다, 적다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우리가 ROI를 따져보고 KPI를 설정하는 것도 다 본질적으로 '숫자'로 이야기 하기 위해서입니다. 회계와 재무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가 없으니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숫자를 만들어서 소통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만 서로 달리 이해하는 바가 없습니다. 누군가한테 100만원은 거금이고, 누군가한테 100만원은 소액일 겁니다. 이래서 숫자로 소통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30% 정도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 누군가는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오소통을 미연에 방지하여 추후 일어날 비효율을 막기 위해서라도 숫자로 소통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