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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로 Jun 02. 2023

Special Generalist

제너럴리스트지만 스페셜하고 싶다

"너는 생각하는 커리어 패스가 있어?"


초기 스타트업에서 3년 넘게 일하며 여러 직무를 거쳐오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 묻는다. 그럴 때 마다 늘 궁금했다. '사람들마다 원래 커리어 패스를 정해두고 그거에 맞춰서 움직이는 건가-? 왜 그래야하지?'


커리어 패스, 즉 Path (길).


이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한국 사회의 오랜 인식 때문인지, 커리어를 한 번 시작하면 비슷한 류의 커리어로 쭉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냥 어린 마음에 그게 별로라고 생각했다. 당장 내일 내가 다른 게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뭔가 그런 고민과 사고를 닫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냥 뭔가 개똥같은 나만의 신념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 커리어를 정의해버렸다. 내가 정의한 나의 커리어는 Special Generalist 였다. 일반적으로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두 부류로 나누곤 하지만, 뭔가 이걸로는 부족했다. 내가 그리고 있는 나의 워너비는 단순 제너럴리스트, 스페셜리스트로 표현하기에 부족한 느낌. 그래서, 조금의 모순과 역설을 섞어, 여러가지를 두루 곧잘 해내는 제너럴리스트이지만, 그 역량이 일반적이지는 않은 스페셜 제너럴리스트라고 내 워너비 커리어를 정의했다. 


어떤 업무든 1인분 정도는 하는 사람이 제너럴리스트라면, 나는 모든 영역에서 1.5인분은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조직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카멜레온처럼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 첫 회사이자 현재 회사인 곳에서도 마케팅으로 시작해 거의 모든 직무를 조금씩 경험해봤고, 나름 잘 해내왔다고 생각해서, 내가 정의한 스페셜 제너럴리스트는 되게 거창하고 유니크한 나만의 퍼스널 브랜딩 같았다. 그래서 이 단어를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계속 일을 하면서 , 회사가 커가면서 소위 말하는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제너럴리스트라고 해도 전문성을 보여줄 무언가의 영역이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네 일, 내 일 구분이 없기 때문에 그냥 일단 한정된 리소스로 업무를 '하는 것' 자체가 필요하니 제너럴리스트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러 기사와 글들을 보면 회사는 특정 스테이지가 되면 제너럴리스트 (대부분 초기 멤버인 경우가 많음)들은 스페셜리스트로 교체되는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회사에 새로 합류해주신 동료분과 대화할 일이 생겼었고, 스페셜 제너럴리스트 이야기를 했다. (표현은 해결사- 라는 표현으로 비유해서 말함). 이 동료분은 카카오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VC, 스타트업 등 10년 가까운 커리어가 있는 시니어분이었고, 놀랍게도 대학 때 그린 커리어를 그대로 실행하고 있는 분이었다. 


쭉 내 이야기를 듣더니, "주니어때는 제너럴리스트가 무조건 좋다. 경험이 도움이 된다. 20살 후반까지는 좋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제너럴리스트라는 것은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 비해 단위 시간당 임팩트가 적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리고, 사업을 할 거면 제너럴리스트가 좋지만, 그럼 용병술 (인사)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주셨다.


사실, 나도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상태였어서 끄덕이면서 들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회사가 커지면 그에 맞는 조직이 셋업되어야 하고, 더 높은 목표치와 그에 상응하는 R&R들이 있고, 그것은 대부분 기능적인 스페셜리스트들이 필요할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하루 아침에 답이 생기진 않았다. 어떤 것에 스페셜한 전문성을 갖고 싶은지 계속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고민만 하지 않겠다는 거다. 사람을 만나든, 공부를 하든 고민이 고민으로 그치지 않도록 움직여야겠다. 스스로 나정도면 괜찮지- 하는 자기 위로는 넣어두고, 난 아직 똥멍청이지- 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배우고 실력을 갈고 닦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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