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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사람 Apr 14. 2022

천만 불의 사나이가 계속 일하는 이유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


100억 벌면 그냥 놀꺼야 미친놈처럼


 

나와 함께 동거 동락했던 대표님이 매일 같이 했던 말이다. 100억이면 자본소득으로 충분히 놀고먹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 나는 자본소득 개념이 없었지만 100억이라는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는 알고 있었다. 정말 정신줄 놓고 쓰지 않는다면 평생 놀고먹어도 된다는 것도. 대표님은 모든 파이어족이 꾸는 꿈을 꾸고 있었다.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그의 능력과 노력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람처럼 하는 일마다 성과를 만들어냈고 항상 자만하지 않고 365일 중 365일을 일하는 사람이었다. 자는 시간을 빼고 일한다는 말을 하면 미안할 정도로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했다. 저런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면 내가 억울할 것 같았다. 


대표님은 꿈을 이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꿈을 이뤘다. 신기하게도 꿈꾸는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더 욕심을 내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대로 돌아가서 신나게 놀았다. 마음은 20대였지만 체력은 30대보다 못했던 우리는 새벽이 찾아오기 전에 지쳤다. 지친 몸을 눕히려고 오랜만에 대표님 집에 갔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서로 고개가 쉴 틈 없이 떨어졌지만 누가 늦게 자냐 시합하는 것처럼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 1년만 쉬고 다시 사업하려고"


대표님은 느닷없이 이야기했다. 잠꼬대하는지 알았다.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몇 년을 참고 버텼는데 다시 일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말인가 싶었다.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벌써부터 허전해"였다. 


나는 날을 새고 집으로 돌아갔다. 몸은 졸린데 계속 대표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질적인 재질의 말이었다.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라면 앞으로 뭐하고 놀지 생각하거나 대표님이 말했던 것처럼 자본소득을 만들 궁리를 했을 텐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일은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스타트업 시장에 있다 보면 엑싯한 창업가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봤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님도 네이버에 엑싯 이후에 미국 여행에서 다시 돌아와 카카오를 창업했다. 데일리호텔을 야놀자에 엑싯했던 신재식 대표님도 다시 돌아왔다. 이 외에도 다시 시장에 컴백한 대표님들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시에는 단지 부에 대한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허전해"라는 말이었다. 욕망와 동등한 개념의 말은 아니었다. 


중학교였는지, 고등학교였는지, 어떤 과목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직업은 보람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문구가 기억난다. 사실 잘 와닿는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워가는 일련의 과정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라이해 보이고 재미도 없어 보이는 나만의 정의지만 돈은 나와 가족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었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특히 지금 일을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면서 더욱 그것을 느낀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불안감만큼이나 "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공허함과 허전함이 있다. 대표님과는 반대의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오는 허전함은 생각보다 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고 성과를 이뤄내는 보람과 인정을 통해 얻게 되는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느낌이다. 아마 대표님은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보다 진심인 사람이었으니까.  


우리가 부를 쌓고 싶은 이유는 사실 화폐라는 가치만큼이나 내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인 동물로써 느낄 수밖에 없는 타인에 대한 인정과 존경이지 않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와 정의는 다르겠지만 나에게 100억이라는 돈이 생기더라도 나 또한 다시 일을 하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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