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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사람 Apr 25. 2022

회의의 언어

취향과 주장의 차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회의를 피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회의 시간이 지옥 같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전 회의에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갑자기 회의가 아니라 전투 상황으로 변한 것을 경험해봤다면 회의 시간에 빠지고 싶어 진다. 도대체 왜 정상적인 회의가 내 한 마디에 전투 상황으로 변해버렸을까...


 물론, 회의 참여자들이 상대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해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전투 상황으로 만든 것은 잘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만 하면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회의 참여자들이 수용적 태도를 가지고 있어 전투적 상황으로 변하지는 않더라도 분위기가 애매해진다면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은 취향일까? 주장일까?


 회사에서 진행하는 회의의 언어는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해 의견을 펼치는 주장이어야 한다. 아이스브레이킹 상황에서 몇 가지 목적에 따라 취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지만,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을 때 취향만을 이야기하다 보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그럼 주장과 취향의 차이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보자.


 "(취향) 장동건은 잘 생겼다고 생각해"

 "(주장) 장동건은 미남이야. 성형외과 의원들이 말하는 미남의 기준은 OOO인데, 장동건은 거기에 부합해"


 위에는 취향이고, 아래는 주장이다. 취향은 내가 느끼는 생각이다. 취향은 내가 느끼는 점이기 때문에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OOO 한다고 생각해라고 말해야 한다. 주장은 근거에 기반한 사실이다. 근거가 빈약할 경우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근거만 상호 간에 동의할 수 있다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주장은 근거를 놓고 논쟁하기 때문에 서로 기분 상할 일이 별로 없다. (괜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은 제외..) 근거가 맞냐 틀리냐만 이야기하면 된다. 문제는 취향이다. 사실 취향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당신들은 어때요?"라고 이야기하면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취향을 진리로 여기는 것이다.



취향과 진리의 차이는?


다시 한번 위의 사례를 이용해보자.


"(취향) 장동건은 잘 생겼다고 생각해"

"(진리 인척 하는 취향) 장동건은 잘 생겼어"


 취향으로 이야기 한 내용은 상대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전투 상황으로 번지거나 애매한 분위기로 옮겨가지 않는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렇구나"라고 넘기면 된다. 만약 동의한다면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이게 정말일까요?"라고 이야기하면서 가설로 놓고 근거를 찾아볼 수도 있다.


 문제는 취향을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습관이다. 외모는 주관적이다.(그럼에도 난 장동건이 잘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ㅠㅠ) 주관적이라는 말은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홈페이지를 디자인할 때 "빨간색으로 해요"라고 말하거나, 기획서 내용을 보고 "음... 뭔가 심심한데?"라고 말하는 것들이다.


 진리라는 것은 굳이 근거를 대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은 죽는다", "지구는 돈다"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근거가 미리 내재된 상태이다. 물론, 특정 집단이나 그룹에서 진리에 준하는 것들이 있긴 하다. 아이돌 팬클럽 내에서 그들이 예쁘고 잘생기고 노래를 잘 부르고 퍼포먼스가 좋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진리에 가깝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굳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진리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진리들 또한 특정 집단과 그룹에서 벗어나면 진리가 아닐 수도 있으며 오히려 객관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회의 시간에는 가급적 주장을 하자 (할 수 있다면 진리 같은 주장하기)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은 크게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가급적이면 근거에 기반한 주장을 이야기하고, 혹시 취향을 말하고 싶다면 "생각한다"만 붙이면 된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으면 진리 같은 주장을 하면 좋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 내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진리처럼 느껴지는 영역이 있다. 바로 '고객'과 '돈'이다. '고객'과 '돈'은 회사가 어떤 시장에서 플레이하든 진리처럼 여겨지는 키워드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 시간에 주장을 할 때는 할 수 있다면 '고객'과 '돈'을 근거로 삼아서 주장하면 좋다.


"저는 A 방안을 택했으면 합니다. 전년 대비 A그룹의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블라블라)"

"저는 B로 정했으면 좋겠어요. 비용도 절감되고 (블라블라)"


 '고객'과 '돈'을 근거로 주장하는 습관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행동과 회사 운영 메커니즘을 관찰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작게는 회의 시간에 올바른 대화법을 배우는 것이겠지만, 크게 보면 내가 성장하기 위한 좋은 습관 하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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