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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사람 Apr 26. 202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딱히 주제도 없는 글을 계속 쓰는 이유


글을 잘 못 쓰는 이유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 일을 하기 시작한 12년 동안 기획안을 쓰면서 수많은 텍스트를 타이핑했어도 지금처럼 산문으로 글을 쓰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 생각해보면 학교를 다닐 때부터 글을 잘 못 썼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나 영상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텍스트로 읽으면 이해하지 못했다. 읽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운동선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 정도 운동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수업도 거의 듣지 않고 운동만 하니 읽는 능력은 더 퇴보했다. 


읽는 능력은 쓰는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 좋은 글을 많이 봐야 좋은 글이 나올 텐데 나는 그런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생각을 정리하기



나는 사색하는 걸 좋아한다. 사색의 대부분은 고민이다. 나는 고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고민의 대부분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하지만 고민을 풀어내는 과정이 재미있다. 고민을 해결할 솔루션을 도출했을 때보다 솔루션을 도출하는 과정을 공식화하는 것이 즐겁다. 병적으로 이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이럴 거면 학자가 되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내 고민의 범위는 다양하다. 그래도 주로 고민하는 범위를 정리해보자면 경영, 경제, 철학, 심리학, 국제정치에 관련된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들은 매일 같이 새로운 이슈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한 순간도 생각을 쉴 틈이 없다. 


계속해서 생각을 확장시키고 고민하다 보면 뜻 밖에 선물이 생긴다. 생각의 시작은 두루뭉술하지만 갈고닦다 보면 얻게 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은 나의 선물이다. 문제는 선물이 형태를 갖춘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선물이 사라진다. 


한참을 선물을 기억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을 동원했다. 특히, 메모와 관련된 방법들을 찾아보고 실행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내가 받은 선물은 산문이기 때문이다. 도식화와 요약을 통해 정리해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과정을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 1년 뒤에 봐도 내 생각을 했던 그때 그 느낌을 그대로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자신감 찾기



이런 글을 쓰면 누군가는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결론은 이미 지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글로 적어서 기록하기로 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 기준에서 보면 결론도 없는 글인 것은 맞다. 누군가에게 시사점이 있지도 않고 공감대도 있지 않은 글은 결론이 없는 글이다. 이것을 알고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아직도 난독증을 가지고 있고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내가 기획자로써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이" 썼기 때문이다. 입사하고 1년 동안은 퇴근하고 나만의 주제를 가지고 매일 같이 기획안을 썼다. 일주일에 "하나는 꼭 쓰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썼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투자사 측에 전달할 신사업 기획안을 작성해서 대표님께 드렸다. 대표님은 투자사 미팅이 끝나고 오는 길에 전화를 하셨다.


"투자사에서 OO 씨가 쓴 기획안을 다른 회사에 케이스 스터디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싶다는데 괜찮으세요?"


나는 아직도 글쓰기가 힘들다. 쓰고 싶은데 잘 쓰지 못해서 접은 주제들도 많고, 쓰고 나서도 부끄러운 글들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쓰다 보면 기획안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오늘 딱히 주제도 명확하지 않지만 글을 쓴다. 





저는 스타트업에서 활동했습니다. 직접 창업한 적이 있고 이후에는 CSO와 COO 포지션에서 일했습니다. 주로 맡은 역할은 [기업 전략 기획 / 신사업 개발 및 운영 / 투자 유치 활동(IR)]입니다. 지금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 보니 백수 생활 중에도 몸이 간질간질할 때가 있네요. 그래서 제가 활동했던 분야에서 고민이 있으시다면 freelandx@gmail.com으로 메일 주세요. 문서화된 자료가 있으면 더욱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용을 바라는 일은 아니니 부담 갖지 마시고 혹시 정보 유출이 고민되신다면 NDA도 작성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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