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 막히는 요즘입니다. 멍 때리는 일도 잦아졌고, 제대로 뭔가 하려고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들이에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찾아올 때면 늘 메모지에 무엇이 나를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지 꼭 적어봅니다. 문제를 보기 좋게 나열해서 적고, 천천히 그것들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도, 딱 지금 내가 느끼는 어려움들이 이 정도구나 하고 안정이 되거든요.
역시나, 이번 메모지에는 학교 걱정이 빼곡합니다. 작년에는 2학기를 시작할 때 설렘이 더 가득했는데, 올해는 유독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아요. 수업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고, 매년 교사는 다른 아이들을 만나니 당연히 작년과 같을 순 없겠지요.
올해 유독 손길이 많이 가는 학급을 맡았어요. 1학기 끝에는 동료 선생님들이 저를 달래줄 정도로 학급 경영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그래서 다가오는 2학기가 설렘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조금씩 아이들을 포기하려는 제 마음이었어요. 잠깐 들어가는 조례 시간에도 마음이 너무 답답했고, 아이들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았지요. 그래서 1학기 중반에는 아이들을 조금씩 포기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방학을 앞두고 하루 전 모든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꼬박 밤을 새우다시피 했지만 한 아이, 한 아이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글을 썼어요. 아이들에게 조금은 제 마음이 전해졌으려나요. 교사는 짝사랑을 하는 위치이니,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어도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요.
뭐가 됐든, 어떤 어려움이 생기든 이번 학기도 진득하게 짝사랑을 해보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용기를 건네 편지를 썼던 제 손길이 머쓱해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계속 용기를 내다보면 조금은 마음이 가닿겠지요. 이제 저는 다시, 또 다짐을 하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