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셜리shirley Jun 26. 2024

하루에도 수백번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드디어 시작된 연대, 그리고 사랑

  청천벽력과도 같던 호주 졸업비자 신청 35세 이하 나이제한법이 발표되고, 나는 여전히 무급실습과 일을 병행하는 삶을 버텨내야했다. 평일에 실습 8시반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고, 주 이틀정도는 바로 5시까지 레스토랑으로 출근해서 늦으면 11시까지도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이미 한계였고, 정신적으로도 비자에 대한 좌절감과 서러움에 울면서 퇴근하는 날이 허다했다. 경제적인 압박 역시 나를 괴롭혔고, 돈을 벌어도 집세를 내고나면 수중에 쥐어지는 돈은 없었다. 누굴 약올리려는 건지 내년부터 간호와 사회복지 실습이 유급으로 바뀐다는 소식까지. 이 모든 상황들이 나를 호주에서 쫒아내려고 하는 것만 같았고,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방향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시작됬다. 처음엔 자기전에 증상이 가끔 오다가 출근길에도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결국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 GP와 상담을 했고, 혹시나부정맥이 의심 될수 있으니 심전도 검사를 했지만 너무나도 정상이었다.

결국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건데 실습하며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과제를 병행하며 반드시 패스해야한다는 압박감이 가중된게 영향을 줬을 것이 분명했다. 마음의 병까지 얻을만큼 이 유학이 내게 가치 있는 것일까. 그냥 이젠 정말 다 포기하는게 맞는걸까.


그렇게 힘겹게 하루들을 버텨가던 어느 날, 같은 학과 동기가 호주 졸업비자 35세 나이제한법에 반대하는 청원서가 올라왔다며 링크를 보내왔다. 이 이민법이 얼마나 불합리하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걸 논리적으로 올린 청원서 내용을 보며 드디어 기다리던 연대가 시작되었구나, 뭔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서명을 받아서 호주 의회에 우리의 의견을 어필하는 것이 목적인 이 청원서는 사실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호주정부가 이민자들을 쫒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 시기에 우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힘이 있을지. 하지만 지금 이 비자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 아니라는 사실이 나에겐 큰 힘이자 모티베이션이 되어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옳은 길을 위한 싸움에는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더 힘을 발휘하는 법.      


나는 그날부터 적극적으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서명을 독려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서명에 참여해주었다. 특히나 동생이 영어로 되어있는 탄원서 서명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과정하나하나 캡쳐해서 한국어로 번역까지 해서 만들어준 설명서는 나를 감동시켰다. ‘언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라는 글귀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래. 나를 이만큼 이끌고 버티게 한건 사랑이었다.      


어디에 있건 너는 잘할거라며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부모님의 사랑과, 나를 위로해주려 친구가 자기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들어준 따뜻한 저녁식사, 이럴때일수록 강해지자며 stay strong! 이라는 메세지와 함께 책 선물을 건네준 동기의 마음, 같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진심어린 응원. 모든 것들이 사랑, 사랑은 결국은 모든 걸 이길 것이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 레이스를 완주하기로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이 레이스에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내가 받은 이 사랑들을 나누어주는, 작은이들의 연대에 힘을 기꺼이 보태줄수 있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싶다.      


작가의 이전글 호주 졸업비자 35세 나이제한 변경안 발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