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코딩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화면을 분할하고, 글자의 크기나 색을 조절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삽입하고, 특정 사이트의 링크를 공유하는 법 등을 배웠다. 나름 쉽게 가르쳐주는 곳을 찾아서 열심히 들었고, 메커니즘을 알게 되었고, 실습도 했다. 마침내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사이트에 가서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무량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났다. 막상 내가 하려고 했던 기능들을 만들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노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과 삶’이라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분이 사용하고 있는 사이트였다. 깔끔하면서도 예쁘고, 간편하고 단순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실용적으로 보이는 신기한 사이트였다. 일단 해보고 보는 성향의 나는 곧바로 사이트를 찾아서 회원가입을 하고 이것저것 만져보기 시작했다. 간편해 보이지만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다가 그냥 포기해버렸다. 나만의 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블로그로 만족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과삶님을 통해 매주 노션을 보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내 것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때 신간 서적 “프로일잘러의 슬기로운 노션 활용법”을 알게 되었다 또 무턱대고 신청했다. 이게 입문서가 아니라 활용서임에도 신청해버린 것이다. 책의 첫 부분에 “이 책은 노션 사용 설명서가 아니라 활용서입니다”라고 명백하게 써 놓은 것처럼 노션 초짜인 내게는 버거운 책이었다. 그런데......
책에 공유된 각종 템플릿에 접속해본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런 기능이 있어?”, “이렇게 사용을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 하나하나가 다 신기했다. 이건 홈페이지 만물상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코딩을 배우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들어 있었다. 그러니깐 내가 구현하고 싶은 기능들이 대부분 있었고, 그것들을 프로그래밍 언어라든가 html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만들 수가 있었다.
"프로일잘러. 책에 붙은 타이틀이다. 이건 일중독과는 거리가 멀다. 일을 체계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업무, 개인,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저장할 수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으며, 그리고 협업도 가능하다. 아, 다른 사람에게 공유를 할 때는 공유한 페이지의 하위 페이지만 공유가 된다. 이것도 정말 좋은 기능 중의 하나이다.
“노션은 올인원 생산성 툴이다. 노션 하나로 프로젝트 관리, 일정관리, 문서 작성, 파일 공유, 위키백과, 대시보드, 독서 관리, 금전관리, 협업 기능까지 가능하다.(중략) 하시만 써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절대 알지 못한다.”(p.24)
이 모든 것이 다 가능하지만, 치열하고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의 입문서를 보던가 유튜브 영상을 보면 충분히 그 임계점을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일잘러 따라 해 보기 1(독서 관리)
책을 보고, 영상을 보고 나름 공부를 하면서 바로 해볼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았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있으면 좋은 것이 독서 관리라서 관련 템플릿을 열심히 보고, 만들어보았다. 서명, 분야, 상태, 등급(별점), 시작일, 완독일 등을 입력하도록 만들어 보았다. 한눈에 딱 보인다. 이게 좋은 점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필터 기능이다. 등급별로, 날짜별로, 상태별로 골라서 정렬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설명을 넣을 수도 있다. 게다가 보는 옵션도 여러 가지가 있다. 분야별로, 리스트로, 갤러리로도 볼 수 있다. 독서 정리로 딱이다. 요고요고 볼수록 진국이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 목록도 여기로 옮기고 있다.
프로 일 잘러 따라 해 보기 2(건강기록)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운동을 하면서 인바디를 측정할 수 있는데, 종이로 계속 보관할 수도 있지만, 중요 수치는 정리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한번 만들어봤다. 이게 좋은 게 한번 만들어 두면 나중에는 해당 내용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기록에 걸리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그 효과는 길다. 몸무게, 골격근량, 체지방량, 복부 지방 등을 숫자만 입력하면 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활동에 적합하다.
프로일잘러 따라 해 보기 3(수학 공부 사이트 만들어보기)
앞서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언급한바, 가장 큰 이유는 수학 학습 사이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아직 시행착오가 많아서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코딩이나 HTML언어를 몰라도 마우스와 키보드만으로 충분히 내가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교과의 목차를 가지고 기본 화면을 만들고, 각 목차를 클릭하면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영상을 실은 곳을 임베드해 놓는 것으로 간단하게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하이퍼링크나 하위 페이지 기능을 손쉽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노션은 수식 기호도 쓸 수 있어서 수학선생님에게 필요한 가뭄의 단비 같은 일이다. 영상 업로드는 용량 제한이 있어서(비용을 지불하면 용량 제한이 없어지지만) 영상 업로드는 패들릿을 이용하였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내게 필요한 것 하나를 먼저 시작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늘여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며 저자의 유튜브 설명 영상을 한번 보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이것으로 시작을 했다.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기록은 하나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는 사람들. 한 곳에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싶은 사람들, 앞으로 잘 기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사이트가 노션이고, 이 책은 그 노션을 잘 활용하기 위한 책이다. 여러모로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