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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an 02. 2024

10분 글쓰기, 예상치 못한 순간이 오더라도 결국 나는



 상쾌한 아침입니다. 목이 칼칼하여 따뜻한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고 있어요.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잔잔하게 반복되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타이머를 맞추고 10분 글쓰기를 시작해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낼 수 있을까? 무얼 쓸까 고민하지만, 머릿속의 생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그냥 의식이 흐름을 타길 기다립니다. 

 어제 하교할 때 외투를 입지 않았던 8살 아들이 생각나네요. 어떻게 이렇게 추운 날씨에 잠바를 입지 않고 올 수 있는지 의아합니다. 자기 물건을 챙기지 못하는 건 둘째 치고, 요즘 날이 너무 춥잖아요. 아이에게 춥지 않냐고 물으면, 춥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럴 수 있어요. 아이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봅니다. 하교 전 마지막 수업은 거의 체육이라 열심히 뛰어놀다 보면 더울 거라 예상됩니다. 그래! 뛰어다니다 보면 흥분되고 덥겠지, 그래서 잠바 입을 생각을 못 했나 보다. '다음부터는 잘 챙겨 입고 와'라고 한마디 하고 맙니다. 더 말해 봤자 내 입만 아프니까요. 

 나는 매주 수요일이면 학교 도서관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요. 그럴 때면 아이 교실에 들러 외투를 챙겨 옵니다. 어떤 날은 2개, 어떤 날은 3개를 가져옵니다. 외투와 함께 신발을 가져오는 날도 있어요. 담임 선생님 만나기 민망하고, 도 닦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침에 10분 글쓰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외출을 했네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동생에게 전화가 왔어요. 지금껏 직장 맘인 동생이 아침 시간에 전화하는 일이 없었는데, 전화를 했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받았지요. 

 9시가 넘었는데, 6학년인 아이가 등교하지 않았다고 학교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나 봅니다. 평소에 그런 아이가 아닌데, 엄마의 모든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해요. 걱정되는 마음에 저에게 집에 가줄 수 있냐고 묻더군요. 바로 달려가겠다고 했습니다. 

 동생네 집에 가보니 딸아이는 곤히 자고 있더군요. 엄마 마음은 애간장이 녹고 있는데, 아이는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서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있더군요. 마침 내가 학교 가는 날이라 데려다준다고 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추운 날 패딩 잠바를 입지 않고 하교하는 아들 녀석 덕분에, 9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는 친구의 딸아이 덕분에 10분 글쓰기를 할 글감이 생겼네요.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지만, 오늘 하루를 넘기지 않고 10분 프리라이팅 2일 차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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