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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an 04. 2024

남편과 대화하며 상처받지 않는 방법

남편과 대화 얼마나 하세요?

 


 한 커뮤니티에서 '남편과 대화 얼마나 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보았어요. 글쓴이는 현재 남편과의 대화가 거의 없는 상태이고, 사회와 단절된 채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이혼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우스의 스크롤을 올려 글쓴이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았어요. 혹시 내가 잠결이 쓴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임신 기간 내내 침대 생활을 했고, 출산 후에는 주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독박 육아를 하던 내가 생각났어요. 가장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남편은 회의를 빙자한 회식을 하루도 쉬지 않고 했죠.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면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만 늘어놓았어요. 고장 난 라디오라도 되는 것처럼 했던 말을 하고 또 했죠. 내 딴에는 위로와 공감을 한답시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새 들어주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기억이 안 나네. 내가 그런 말도 했어?"였답니다. 


 나도 남편과 대화하고 싶어서 낮에 아이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핀잔을 주거나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기 일쑤였어요.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은 내 마음은 반의반도 전달이 되지 못했죠. 오히려 감정만 상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답니다. 


 조금이나마 남편과 소통하고 싶어서 아이의 성장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공유하면 '읽씹' 당하는 건 다반사였죠. 나는 기특하고 예뻐서 아이 사진을 보낸 건데, 신랑은 읽은 건지 만 건지 답이 없어요. 괘씸한 마음에 사진을 보내는 것도 멈춰버렸답니다. 


집에만 갇혀 있는 답답한 생활을 하는 아내가 남편과 대화하고 싶어서 손을 내미는데, 왜 남편은 받아주지 않는 걸까요? 남녀의 머릿속 구조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겠는데, 화가 나는 건 막을 수가 없네요. 





 나는 이대로 남편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남편과 대화에서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답니다. 


 첫째, 더 이상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지 않았어요.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아이와 먹는 음식을 예쁘게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기, 늦게 오는 신랑 기다리며 짜증 내는 대신 아이에게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기 등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서 했어요. 


 둘째, 남편이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상처받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아무리 남편이라고 해도 항상 좋은 말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항상 좋은 말만 듣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상대방은 의미 없이 던진 말이거나 의도를 갖지 않고 한 이야기인데, 나 혼자 상상하고 부풀려서 상처받는 일도 많았던 것 같아요. 


 셋째, 남편이 한 말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환경을 탓하거나 남 탓하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어요. 40년 가까이 살아오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휘둘리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나를 이렇게 만든 다른 사람 탓을 하며 살았죠.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인데, 수동적인 삶을 사는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심리 서적을 읽다가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어요. 하루에 남자는 20,000 단어를 사용하고, 여자는 25,000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요.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며 2만 단어를 다 소진하고 퇴근하는데, 아내는 집에서 사용할 단어 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남편이 집에 오면 속엣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것이었어요. 아내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데, 에너지를 다 쏟고 집에 들어온 남편은 겨우 대답만 하니 대화가 될 리가 없지요. 


 부부로 살고 있지만, 아내는 나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가족도 돌볼 수 있는 거니까요. 내가 나를 위해 살고 행복해하니 남편이 궁금해하며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뭐가 그리 즐겁냐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편안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다 보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것 같아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부터 먼저 챙기길 바랍니다. 언제나 엄마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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