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프리라이팅
짐을 쌌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가 멍한 상태로 발이 이끄는 곳으로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면 어딘가에 가닿겠지.
한 달 넘게 말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도 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대로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있을 때, 나를 나로 봐줄까?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걸까?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여긴 그 녀석의 집이 아닌가?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지?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 녀석의 집을 내 발로 찾아오다니. 내가 가출한 게 아니라 내 정신이 가출했나 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들어가 볼까?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안녕하세요!"
"민철이 아니냐? 창현이 지금 없는데? 어쩐 일이니?"
"네. 지금 없는 거 알아요. 저 당분간 여기서 지내도 될까요?"
"뭐라고? 일단 들어와. 춥다."
와! 벌써 10분이 흘렀다니 말도 안 됩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았던가요?
책장을 훑어보다 언제 사놓은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루 10분씩 100일 동안 1000가지 창의적 글쓰기>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수시로 구입했는데, 이 책도 함께 샀나 봅니다.
쓱 훑어보다가 재밌는 글감을 발견해서 10분 타이머 맞춰두고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어렵네요. 내가 '가출 청소년'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 보라니! 창의적이긴 합니다. 글감 없을 때 한 번씩 참고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