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프리라이팅
20대 중반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기 계발에 힘썼다. 새벽 2시에 시작하는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4시까지 공부를 하고,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책을 읽었다. 오후 2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요한 새벽 시간, 엎드려 책 읽는 게 참으로 행복했다.
어느 날 아침, 뭔가를 찾으러 출근한 동생 방에 들어갔다가 바닥에 놓여있는 소설책 한 권을 보았다. 나는 지금껏 자기 계발서만 읽었기에, 소설만 읽는 동생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즐거움이 있는 걸까? 뭘 찾으러 들어왔다는 생각도 잊고, 동생이 엎어놓은 책을 읽어 보았다.
김이현(?) 작가의 소설이었던가?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골집에서의 파티가 끝나고 모두 들어가 잠든 밤, 주인공은 마당에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주가 달콤한 이유는 밤하늘에 빛나던 별이 맥주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라는 소절을 읽으며 입을 틀어막았다. 자연과 감정을 담은 문구를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나는 소설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 당시 나는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였지만, 아이들에게 독서와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소설의 매력도 알았겠다, 내친김에 청소년 권장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는 책을 읽고, 학생들과 쉬는 시간에 토론을 하기도 했다.
<유진과 유진>이라는 책을 읽고, 교육과 육아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인생 선배인 어른이 어떻게 이끌어주느냐에 따라 아이들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배웠다. 스물 중반에 읽었던 청소년 소설은 서른 후반부터 시작된 나의 육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기 계발서만 읽던 나는 동생이 읽던 책으로 인해 문학으로 분야를 넓혔다. 학생들과 토론하기 위해 청소년 권장도서도 읽었다.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교육서를 읽었고, 교육은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러 육아서로 장르를 확장해 가며 책을 읽게 되었다.
아무리 못 쓴 책이라도 책에는 배울 만한 점이 최소 한 가지는 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작가의 몇 년 경험을 압축하여 배울 수 있다. 내 인생이 빛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아침에 쓰는 10분 프리라이팅.
타이머를 맞추고 글감을 정한 후 의식의 흐름대로 쭉쭉 써 내려가는데,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얼마 쓰지도 못했는데, 타이머는 울리고 급하게 마무리를 한다. 항상 끝이 흐지부지한 이유. ^^;;